예상하자면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지만, 커피업계 자료를 보면 의외의 반전이 있습니다. 겨울에도 차가운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차가운 커피와 따뜻한 커피의 주문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차가운 커피 주문량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일명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날씨와 상관없이 시원한 음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듯합니다.
커피 위에 동동 떠 있는 투명한 얼음은 보기만 해도 청량감을 느끼게 하고 커피의 맛도 더하는 듯합니다. 가끔 집에서 분위기를 내보려고 직접 커피도 내리고 얼음도 띄워보지만 뭔가 2% 부족합니다. 커피 맛은 그런대로 흉내를 낼 수 있겠는데 문제는 얼음입니다.
카페에서 담아 준 얼음은 있는 듯 없는 듯 투명한데 집에 있는 냉장고에서 얼린 얼음은 투명하지 않고 뿌옇기 때문에 깔끔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뿌연 얼음은 투명한 얼음보다 더 빨리 녹아 커피 맛도 금방 밍밍해집니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음료에 띄워주는 얼음은 맑고 투명한데 냉장고에서 만든 얼음은 왜 불투명할까요?
집에서 얼린 얼음이 불투명한 이유는 물속에 녹아 있던 공기가 물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갇혔기 때문입니다.
냉장고 안에 있는 물은 냉기에 직접 노출된 물의 표면부터 얼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옆쪽과 아래쪽도 얼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은 얼지만 물속에 녹아있는 공기는 얼지 않기 때문에 공기는 얼음 밖으로 밀려 나갑니다.
그래서 얼음을 만들 때 가장 나중에 언 곳이 불투명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냉장고에서 만들어진 얼음을 자세히 보면 얼음 전체가 불투명하지 않고 중간 아래쪽이 하얗게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가장 나중에 언 곳입니다.
집에 있는 냉장고로는 투명한 얼음을 만들 수 없는 걸까요? 아쉽게도 가정용 냉장고로는 시중에서 파는 것과 같은 투명한 얼음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불투명한 얼음은 물속의 공기가 갇혀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맑은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할 듯합니다. 물속에 있는 공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얼리거나 물을 얼리는 과정에서 공기를 얼음 밖으로 빼주는 것이죠.
|
대기 중의 공기는 자연스럽게 물속으로 녹아들기 때문에 첫 번째 방법인 물속에 있는 공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을 끓여서 공기를 날려 보낸 후 식혀서 얼리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물을 식히는 동안 공기가 다시 녹아들기 때문에 노력과 시간에 비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합니다.
투명한 얼음을 만들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두 번째 방법입니다. 물이 어는 동안 공기가 빠져 나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을 아래쪽부터 얼리기 위해서는 냉기로 얼리는 방식이 아닌 얼음틀을 차갑게 해서 물을 얼려야 합니다. 이 방식이 바로 얼음공장에서 얼음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이 방식을 이용한 가정용 제빙기도 시판되고 있습니다. 가정용 제빙기는 소형이기 때문에 냉매를 이용해 얼음틀을 직접 차갑게 하지만 얼음공장은 얼음틀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얼음틀을 영하 6~8℃의 차가운 소금물에 담가서 얼음을 만듭니다.
너무 낮지 않은 온도에서 천천히 물을 얼려야 물속에 있는 공기가 충분히 빠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얼음공장에서 얼음을 만드는 데는 48시간 정도의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음틀을 차갑게 해 물의 표면이 늦게 얼도록 하는 방법이 얼음 속의 불투명한 부분을 줄여줄 수 있지만 물속에 있는 모든 공기가 빠져 나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을 쓰더라도 얼음 속에 일부는 하얗게 남아있게 됩니다.
투명한 얼음은 뿌연 얼음에 비해 단단하기 때문에 음료 속에 있어도 잘 녹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음료를 다 마실 때까지 거의 녹지 않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