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갑질대책]中企 하도급대금 조정시 중기중앙회도 개입

대·중기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
제재 일변도→乙의 협상력 키우는 데 방점
  • 등록 2019-12-16 오전 7:40:00

    수정 2019-12-16 오전 7:40:1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 기념촬영에 앞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하도급거래에서 원재료의 가격이 급격히 변동되면 수급(납품)사업자 또는 조합 외에도 중기중앙회도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소기업들의 모임인 협동조합에서 공동구매 또는 판촉행사를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부당공동행위(담합)로 보지 않는 등 을(乙)의 권한이 보다 확대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를 열고 이같은 골자의 ‘대·중소기업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대책’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권 들어 ‘갑을 관계’ 개선에 힘을 써왔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을의 눈물’을 닦겠다고 선언하자 수많은 신고가 들어왔고, 공정위는 일일이 제재에 나서는 등 행정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수많은 사건을 다 처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칫 공정위가 칼을 잘못 댈 경우 시장의 왜곡도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은 구조적으로 ‘을’의 힘을 키워서 ‘갑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평평하게 협상 운동장을 만드는 데 집중돼 있다. 아울러 기업들의 자발적인 상생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정부는 우선 중기중앙회에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권한을 부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보다 결집력이 강한 중기중앙회에 하도급대금 조정친청 권한을 부여할 경우 납품대금 조정신청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도급법에서는 하도급거래에서 원재료의 가격이 급격히 변동되면 납품업체 또는 조합은 하도급법에 따라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원사업자는 이에 응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납품업체의 경우 전속거래 부담때문에 하도급 대금 조정신청을 하기가 쉽지 않고, 조합 역시 열악한 상황에서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아울러 공급원가 하락을 전제로 한 단가 인하 계약 체결을 한 뒤 예상과 달리 원가가 하락하지 않은 경우에도 납품대금 조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중기 조합이 협의를 할 수 있는 원사업자 범위를 전체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특정한 경과기간 없이 바로 협의 요청 할 수 있도록 변경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협동조합 드이 공동 구매, 판촉행사를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된다. 공동영업행위에 대해 일반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침해할 가능성이 커 공정거래법에서 엄격히 규제를 하고 있다. 정부는 다만 소규모 사업자로 구성된 중소기업 조합들이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공동영업을 할 경우 담합으로 보지 않도록 구체적인 요건을 만들 계획이다. 다만 소비자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이외 정부는 피해사업자 권리 구제를 위한 민사제도도 개선한다. 정부는 소송 과정에서 손해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대기업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민사소송법에는 문서제출명령제도가 있긴 하지만 영업비밀 등으로 피고가 문서제출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때문이다. 이에 특허법에 규정된 방식을 하도급법과 생생협력법에 끌어오기로 했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국장은 “대금결제 조건이 개선되었지만 중소기업들은 협상력 격차에 따른 납품단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면서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규제를 신설하기보다는 대ㆍ중소기업이 동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피해구제 절차를 개선하는 등 구조적 관점의 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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