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담은 영화 ‘허(Her)’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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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4차 산업혁명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미지의 시대를 향한 열망은 그동안 소설과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거쳐 안드로이드와 공존하는 현실, 하늘을 나는 자율주행차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기발한 묘사들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다시 현실에 영감을 불어넣으며 기술 발전에 이바지했다. 특히 영화는 영상을 통한 디테일한 묘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 ‘Her’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주요 기술로 인공지능(AI)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구글에서 개발한 AI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에서 승리하며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동시에 이 같은 사건은 AI의 윤리 문제를 비롯해 인간과의 경쟁 등 다양한 논란과 관심을 불러왔다. 영화는 이 같은 고민을 반영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제시해왔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감독 스파이크 존스)는 자신의 외롭고 공허한 삶에 회의감을 느낀 남자가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인간과 엄연히 다른 존재인 인공지능 사이에 감정 교류 가능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언제나 따뜻하고 편안한 인공지능의 말은 진심일까. 영화는 인공지능과의 연애를 실제 인간과 인간이 하는 연애처럼 묘사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주인공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져들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이 인간이 아닌 존재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혼란스러워 한다. 인공지능 사만다는 사랑 등의 감정에 호기심을 보이며 끊임없이 인간을 닮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작된 도시’ IoT·빅데이터로 위협받는 인간인간은 4차 산업혁명에 기대감을 가지는 동시에 두려움도 느끼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미 인간의 인지 영역을 벗어났고, 앞으로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영화는 이 같은 공포를 현실로 반영해 기술의 발전이 유토피아를 가져올 것이라는 달콤한 환상에 경고장을 날린다.
올해 초에 개봉한 국내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이 음모를 깨닫고 이에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물인터넷(IoT)과 드론,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총출동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악용돼 일상을 위협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현재 상용화된 기술보다 발전된 상황을 가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을법한 콘텐츠를 통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최첨단 헬스케어 로봇의 등장 ‘빅히어로’한편에서는 기술 개발이 인간에게 편의와 다양한 복지 증진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201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빅 히어로’(Big Hero6·감독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는 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많은 헬스케어 로봇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악당과 맞서 싸우면서 주인공과 로봇이 소통하며 우정을 쌓는 과정을 묘사해 기술 개발에 따른 낙관적인 미래를 제시한다.
| 영화 ‘빅 히어로’에서 등장하는 힐링 로봇 ‘베이맥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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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힐링 로봇 ‘베이맥스’는 기존의 우리가 알던 로봇과 달리 인간의 심신 안정을 위한 푸근한 외형으로 치료 목적에 최적화돼 있다. 인간의 고통을 10단계로 나누어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고 단계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취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 주인공을 한번 스캔함으로서 땅콩 알레르기를 알아내고 손에 장착된 제세동기와 치료용 스프레이로 즉석에서 치료한다. 베이맥스는 이 밖에도 다양한 치료 기술을 선보이며 헬스케어 로봇의 미래를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