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화장품·'조성진' 사인연필…공연계 MD '진화'

김준수 티멧파워 '드라큘라'
기념상품 판매액 4억원 돌파
연극 '푸르른 날' 손수건도 불티
공연시장 커지며 MD 급성장
티셔츠·달력 등 실용상품 인기
높은 퀄리티에 소장욕구 자극
  • 등록 2016-08-16 오전 6:45:08

    수정 2016-08-16 오후 12:08:20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에서 초록마녀 엘파바로 분장한 배우 차지연(왼쪽). ‘위키드’는 초록마녀 분장을 위해 화장품업체 맥과 함께 초록색 파운데이션(왼쪽 위)을 특수제작해 한국 초연한 2012년부터 국내에도 판매해오고 있다. 전 연령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답게 아이콘을 살린 키링(왼쪽 아래) 외에도 다양한 MD상품을 판매한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서 조승우가 별도로 제작한 소품용 파이를 먹는 모습(오른쪽 위)과 고선웅 연출이 제안해 만든 연극 ‘푸르른 날에’의 MD 손수건(사진=클립서비스·오디컴퍼니·신시컴퍼니).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제작기간만 3~6개월, 1만원대 이하 제품이 잘 팔린다. 종류별 물량은 최소 100개에서 최대 수천개. 공연계 기념상품(머천다이즈·MD) 얘기다. 공연시장이 커지면서 배우들의 티켓파워 못지않게 MD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공연 로고를 새긴 텀블러·프로그램북·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CD 등 전통적인 제품이 전부였지만 이젠 디퓨저(향수)·손수건·화장품 등 작품당 기본 10여종에 달할 정도로 다양해졌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인기 있는 공연 MD는 순식간에 동이 나 웃돈을 얹어 중고거래까지 이뤄진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공연의 감동을 간직하고 싶은 일부 관객이 MD를 맹렬히 소비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드러낸다”며 “최근에는 티셔츠·컵·달력·에코백 등 실용적인 아이템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그룹의 가장 큰 매출은 콘서트와 MD에서 나온다. 한 한류스타가 이틀간 해외콘서트에서 판 MD만 50억원에 달할 정도”라며 “이에 비하면 공연계의 MD판매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지만 공연소비층이 늘어난 데다 온라인 판로 확대, 제품의 질도 좋아지고 있어 향후 MD 판매성장도 노릴 만하다”고 귀띔했다.

김준수 티켓파워 MD파워로 이어져

JYJ멤버이자 뮤지컬 배우 김준수
공연계 MD 완판(완전판매)의 독보적인 인물은 ‘티켓파워’ 김준수다. 그가 출연했던 작품의 MD는 대부분 품절됐다. 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의 경우 6000~3만원대였던 MD의 총 판매액이 4억원에 달해 공연계 MD 성장의 가능성을 알렸다.

지난해 김준수와 홍광호가 원캐스트로 출연한 뮤지컬 ‘데스노트’는 해외관객을 겨냥해 ‘MD 온라인 매장’을 열고 해외 배송서비스를 국내 뮤지컬 사상 처음 실시해 화제가 됐다. 포스트잇 세트, 여름용 담요, 보틀 등 1차 판매에 이어 티셔츠 2종, 키링 2종, 스티커세트를 2차로 추가제작해 판매했다.

‘데스노트’를 제작한 씨제스컬쳐 측은 “김준수가 출연한 뮤지컬의 경우 전체 관객 대비 외국인비율이 10~15% 정도”라며 “오는 9월 3일 개막하는 김준수의 첫 창작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경우 지난 6월부터 MD 제작에 돌입해 제품디자인에 들어갔다. 이달 말 완성도·수익성 등을 꼼꼼히 따져 상품화할 제품을 추려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클래식계도 MD붐…유니버설뮤직 견인

클래식애호가인 양성진(38) 씨는 얼마 전 음반사에서 만든 물병과 에코백을 구입했다. 제품당 가격은 1만 9000원. 유니버설뮤직의 머천다이징 브랜드인 브라바도가 내놓은 MD로 유명 클래식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DG)의 로고가 부착됐다. 양씨는 “도이치그라모폰의 상징인 노란 딱지를 보자마자 구입했다”며 “그동안 음반이나 포스터 외에 클래식 관련 제품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클래식 레이블에서도 MD가 나온다니 신선하다”고 말했다.

조성진의 사인이 들어간 연필과 오선노트
이처럼 클래식계서도 MD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사인을 새긴 연필과 오선노트는 현재 교보문고 핫트랙스 음반매장과 알라딘·인터파크·예스24 등 온라인채널을 통해 판매 중이다. 지난달 15일 예술의전당 공연 당시 제작했던 초도물량(종류별 300개씩)이 현장에서 모두 소진되자 팬들의 요청으로 추가제작에 나선 것.

유니버설뮤직은 “제2의 조성진을 꿈꾸는 음악도에게 응원의 의미로 MD를 제안했고 아티스트도 동의해 기획·제작했다”면서 “그동안 MD가 전무했던 클래식계에 조성진을 계기로 다양한 MD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설뮤직도 확대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향은 재단 초기부터 회원용 달력을 제작하고 있는데 2011년부터 선보인 일러스트작가 스노우캣이 그린 달력의 반응이 좋아 지난해 말 공연장과 SNS를 통해 일반에 별도 판매를 진행했다. 권당 1만 4000원으로 130부가량 판매했다.

MD 어떻게 만들어지나

MD는 공연의 연장선상에서 관련 제품을 제작·판매한다. 대개 공연 마니아층이 보관용·기념용으로 구입해서다. 오는 10월 3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소품용 파이를 별도로 제작, 공연기간 파이업체 타르틴매장에서 소품과 동일한 ‘스위니 토드 파이’를 판매한다. 뮤지컬 ‘위키드’는 화장품 브랜드 맥과 분장용 제품을 공동개발해 판매 중이다. 주인공 초록마녀 엘파바가 쓰는 초록파운데이션을 비롯해 립스틱·아이섀도 등 10여가지 제품을 2만 6000~7만 2000원에 판다. 연극 ‘푸르른 날에’의 공식 MD로 자리 잡은 손수건은 재공연마다 1100개 이상이 꾸준히 팔려나간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아 공연소품으로 나오는 손수건을 MD로 제작했다. 작품의 고선웅 연출이 제안했다.

유니버설뮤직이 유명 클래식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의 로고를 활용해 선보인 물병(왼쪽부터), 뮤지컬 ‘아리랑’의 손수건, 연극 ‘레드’의 향초.
무엇보다 MD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 예측. 유료관객 중 10% 정도가 프로그램북을 구입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MK뮤지컬컴퍼니의 김지원 부대표는 “라이선스 뮤지컬인 경우 6개월 전부터 MD 제작에 나선다”고 귀띔했다. “해당 프로덕션에 제품 오더를 확인하고,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발주 수량 등을 잡아야 한다”며 “단가 등을 미리 책정해 예매상황을 보고 물량을 파악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제품 소진 정도에 따라 추가 생산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EMK MD중 가격대가 높았던 MD는 2015년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 당시 판매한 3만 5000원짜리 오르골. 일본 오르골사에서 직접 제작한 것으로 모두 품절됐다.

공연계에 따르면 MD 판매가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수익보다는 홍보용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배우가 나올 때 팬덤으로 팔리는 경우가 있지만 인건비에 비해 부가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직 아니다”라면서 “현재까진 수익이 2차적 요건이지만 향후 공연 콘텐츠 규모가 더욱 성장할 경우 국내 MD의 성장세도 눈여겨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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