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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제작기간만 3~6개월, 1만원대 이하 제품이 잘 팔린다. 종류별 물량은 최소 100개에서 최대 수천개. 공연계 기념상품(머천다이즈·MD) 얘기다. 공연시장이 커지면서 배우들의 티켓파워 못지않게 MD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공연 로고를 새긴 텀블러·프로그램북·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CD 등 전통적인 제품이 전부였지만 이젠 디퓨저(향수)·손수건·화장품 등 작품당 기본 10여종에 달할 정도로 다양해졌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인기 있는 공연 MD는 순식간에 동이 나 웃돈을 얹어 중고거래까지 이뤄진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공연의 감동을 간직하고 싶은 일부 관객이 MD를 맹렬히 소비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드러낸다”며 “최근에는 티셔츠·컵·달력·에코백 등 실용적인 아이템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그룹의 가장 큰 매출은 콘서트와 MD에서 나온다. 한 한류스타가 이틀간 해외콘서트에서 판 MD만 50억원에 달할 정도”라며 “이에 비하면 공연계의 MD판매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지만 공연소비층이 늘어난 데다 온라인 판로 확대, 제품의 질도 좋아지고 있어 향후 MD 판매성장도 노릴 만하다”고 귀띔했다.
김준수 티켓파워 MD파워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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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김준수와 홍광호가 원캐스트로 출연한 뮤지컬 ‘데스노트’는 해외관객을 겨냥해 ‘MD 온라인 매장’을 열고 해외 배송서비스를 국내 뮤지컬 사상 처음 실시해 화제가 됐다. 포스트잇 세트, 여름용 담요, 보틀 등 1차 판매에 이어 티셔츠 2종, 키링 2종, 스티커세트를 2차로 추가제작해 판매했다.
클래식계도 MD붐…유니버설뮤직 견인차
클래식애호가인 양성진(38) 씨는 얼마 전 음반사에서 만든 물병과 에코백을 구입했다. 제품당 가격은 1만 9000원. 유니버설뮤직의 머천다이징 브랜드인 브라바도가 내놓은 MD로 유명 클래식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DG)의 로고가 부착됐다. 양씨는 “도이치그라모폰의 상징인 노란 딱지를 보자마자 구입했다”며 “그동안 음반이나 포스터 외에 클래식 관련 제품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클래식 레이블에서도 MD가 나온다니 신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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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뮤직은 “제2의 조성진을 꿈꾸는 음악도에게 응원의 의미로 MD를 제안했고 아티스트도 동의해 기획·제작했다”면서 “그동안 MD가 전무했던 클래식계에 조성진을 계기로 다양한 MD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설뮤직도 확대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MD 어떻게 만들어지나
MD는 공연의 연장선상에서 관련 제품을 제작·판매한다. 대개 공연 마니아층이 보관용·기념용으로 구입해서다. 오는 10월 3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소품용 파이를 별도로 제작, 공연기간 파이업체 타르틴매장에서 소품과 동일한 ‘스위니 토드 파이’를 판매한다. 뮤지컬 ‘위키드’는 화장품 브랜드 맥과 분장용 제품을 공동개발해 판매 중이다. 주인공 초록마녀 엘파바가 쓰는 초록파운데이션을 비롯해 립스틱·아이섀도 등 10여가지 제품을 2만 6000~7만 2000원에 판다. 연극 ‘푸르른 날에’의 공식 MD로 자리 잡은 손수건은 재공연마다 1100개 이상이 꾸준히 팔려나간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아 공연소품으로 나오는 손수건을 MD로 제작했다. 작품의 고선웅 연출이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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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에 따르면 MD 판매가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수익보다는 홍보용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배우가 나올 때 팬덤으로 팔리는 경우가 있지만 인건비에 비해 부가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직 아니다”라면서 “현재까진 수익이 2차적 요건이지만 향후 공연 콘텐츠 규모가 더욱 성장할 경우 국내 MD의 성장세도 눈여겨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