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주식시장과 관련있는 대표적인 호텔업체는 호텔신라와 호텔롯데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호텔신라(008770)는 상장회사이고, 호텔롯데는 상장을 준비 중인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사실 이름만 호텔입니다. 사업구성을 보면 매출의 90%에 육박하는 비중이 면세사업부에서 나옵니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호텔신라는 면세유통이 매출의 90.3%, 호텔사업은 8.3%입니다. 같은 기간 호텔롯데 역시 객실·식음료 수입을 합쳐서 6%인 반면 면세사업은 84%를 차지합니다. 실제로 호텔에 손님들이 밥 먹고 자는 것에서 나오는 매출은 10%가 되지 않고 그나마 적자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적으로만 보면 호텔신라 대신 면세점신라로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그만큼 면세점사업이 상당한 수입을 가져다주는 산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관련 종목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면세점 허가 이슈가 작년부터 계속 있었는데요, 작년 2월에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업체인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이 신규허가를 받았습니다. 작년 11월에는 기존 업체들을 심사해서 롯데 잠실점과 SK 워커힐 면세점이 탈락하고, 신세계(004170)와 두산(000150)이 들어갔죠. 면세점은 5년마다 심사해서 계속 사업을 하도록 허가하느냐 아니면 교체하느냐 결정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면세점 업계의 절대강자인 호텔신라와 호텔롯데 같은 곳이 아마 최대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사업기간을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더 받겠다는 내용도 나오는데요. 이 문제는 호텔신라나 호텔롯데 같은 대형업체들이 아마 신경 크게 안 쓸 것 같습니다. 예컨대 호텔신라 면세점(작년 별도 기준)은 기존에 12억4000억원(국내매출액의 0.05%)내던 것을 10~20배 올려도 120억(0.50%)~240억원(1%) 내야하는 셈인데,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훨씬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결정적 변수는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간 두산이나 SM면세점은 아직 적응 중인데 수수료까지 더 내야 한다면 두 손들고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수수료 인상은 이전부터 논의되어왔던 사항으로 갑작스레 나온 돌발변수도 아닙니다.
아무튼 새로운 면세점 사업자를 더 선정한다고 가정하면 기존 업체와 새로운 진입을 노리는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입니다. 피자 한판 시켜서 3명이 나눠 먹으려고 했는데 3명이 갑자기 초인종을 눌러서 ‘나도 같이 먹자’고 하면 두 조각 먹을 것을 한 조각씩밖에 못 먹는 꼴이죠. 그렇다고 외국인관광객이 갑자기 두배로 늘지 않듯이 피자 한판을 더 주문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겠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027390)나 두산(000150), SM면세점(하나투어(039130)) 같은 곳은 특히 피자를 막 주문해서 한 조각 입에 넣으려고 하는 순간인데 초인종이 울리는 셈이거든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면세사업 기간을 5년에서 10년 연장해주는 것은 좋은 뉴스이지만 면세사업자를 추가하겠다는 것은 기존업체에 상당히 좋지 않은 뉴스이죠.
면세사업자를 추가 선정하게 되면 작년말 탈락한 호텔롯데(잠실점) SK네트웍스(워커힐점)는 다시 들어가려고 할 것이고, 작년에 면세점 신규사업자 입찰에서 탈락한 현대백화점도 재도전에 나설 것입니다. 지금 언급한 이 모든 기업의 상장 주식은 앞으로 면세점 정책결정 과정에서 전해지는 뉴스의 흐름에 따라 아주 명확하게 주가 흐름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희비는 단순한 테마주 성격이 아니라 실적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