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토해양부와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오는 8월 중 경기도 용인의 에너지관리공단 본사가 이 같은 방안의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단이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본사 부지의 용도변경이 국토부의 지원으로 급물살을 타게 된 것.
이종찬 에너지관리공단 사옥건설추진단 과장은 “그간 본사 매각이 번번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부지가 용인시의 도시계획시설로 묶여있어 이용에 제한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지난 1년간 이를 풀어달라고 시에 요청했지만 소득이 없다가, 국토부가 지원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돼, 다음 달쯤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산하기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발 벗고 나선 건, 매각이 늦어질수록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역시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 당초 에너지관리공단이 계획한 지방이전 완료시점은 2012년 말. 하지만 본사 매각이 늦어지면서 이전비용 총 980여 억원 중 절반가량을 조달할 수 없게 돼 옮겨갈 신축건물은 아직 착공도 못한 상태다.
정부지원으로 이번 안이 통과되면 난항을 겪던 에너지공단의 이전계획엔 한결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금까진 최고 4층 연면적 3000㎡ 건물만 들어설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그 8배에 달하는 연면적 2만4000㎡까지 허용된다. 또 제출된 안대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 이 자리엔 신축 오피스텔도 들어설 수 있다. 이처럼 본사 부지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져 매각에도 탄력이 붙게 되는 셈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그간의 투자설명회에서 주로 오피스텔 등 수익형 임대사업이나 사옥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업체들이 관심을 보여왔다”면서 “수요에 걸맞게 사업부지의 용도변경이나 용적률·건폐율 상향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실행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이 같은 규제완화를 승인할 수 있는 열쇠를 쥔 지자체의 입장은 정부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이 위치한 경기도 안양시 도시계획과의 한 관계자는 “가장 큰 걸림돌은 인근 부지들과의 형평성 문제”라며 “같은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한쪽만 이를 풀어주면 터져 나올 반발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 입장에선 자기 지역에서 공기업이 빠져나간다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앞장서 용도변경 특례를 주는 특별법을 만들고, 대신 이에 따라 발생할 추가적인 개발이익을 정부와 지자체가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