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이수연씨(28)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김밥집에서 김밥을 한 줄 샀다가 ‘비싼 채소값’을 실감했다. 김밥에 시금치, 당근, 오이 같은 채소는 빠져 있고 단무지와 햄, 계란에 상추만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내 상식으로는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 있는 것이 김밥인데 채소값이 상식을 넘어선 모양”이라고 말했다. 주부 염지혜씨(54·경기 성남시)는 동네 마트에서 채소류 가격을 볼 때마다 멈칫한다. 염씨는 “배추야 쳐다보지도 않고 있지만 당근이 1㎏에 5000원이 넘고 오이도 1개에 1000원꼴”이라며 “웰빙 식탁 차리려면 돈이 많아야겠다”고 씁쓸해했다.
| ▲ 김장배추 자급자족 배추값이 급등한 가운데 서울 화곡동의 단독주택에 사는 이한자씨 가족이 6일 옥상에서 기른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 김문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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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에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채소류 전반의 가격 강세가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배추 대체품목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무 가격은 평년 시세의 4배 이상을 형성하며 되레 오르고 있는 형편이다. 6일 무 도매가격은 가락시장 상품기준 18㎏에 4만4148원으로 전날(4만3715원)에 비해 400원 이상 오르면서 강보합세를 보였다. 무 도매가격은 배추 가격이 정점을 기록한 지난달 27일 18㎏에 2만8648원이었으나 이튿날 3만4400원대로 뛰어올랐으며 지난 4일에는 4만3331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상반기에는 같은 양을 8000원대에 살 수 있었으며 평년에도 1만1000원대면 구입이 가능했다. 추석 이후에는 중간 상인들이 출하량을 조절하면서 한 주에 20% 이상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무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배추처럼 기상악화로 인한 작황 부진이 꼽힌다. 6월 고온과 가뭄, 8월 태풍, 일조량 부족 등 기상이 좋지 않아 병충해가 발생해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입량이 늘어도 가격이 되레 오르는 상황이다.
10월 이후에도 무 가격은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랭지 무의 생산량 감소로 출하 종료 시기가 평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겨진 10월 중순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가을 무 출하 시기는 작황 부진으로 인해 11월 중순까지 지연되면서 이 사이 물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고랭지 무가 필요물량보다 30% 줄었다”며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무 작황이 안 좋기 때문에 수입에는 한계가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채소수급안정대책반은 10월 중순 이후에나 중국산 무를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추, 무 대체품목인 열무도 평년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며 당근, 마늘, 오이도 강세다. 양배추나 대파, 시금치 등은 지난달 하순에 비해 가격이 하락했으나 여전히 비싸다.
당근 도매가격은 20㎏에 4만3406원으로 평년에 비해 60% 가까이 비싸며, 평년에 ㎏당 3400원대였던 깐마늘은 7895원으로 껑충 올랐다. 양배추도 8㎏당 1만3530원으로 지난달 하순(1만8884원)에 비해 떨어졌지만 평년에 비해서는 3배 가까이 비싸며, 대파 역시 1㎏에 3601원으로 평년의 3배다. 시금치 4㎏은 지난달 하순(1만9000원대)에 비해 하락한 1만3000원가량이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마늘의 경우 농식품부는 의무수입량인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다음주 중에 들여올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채소류까지는 손을 뻗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추 외 다른 채소류의 동향을 파악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날씨에 시설 채소도 영향을 받아 작황이 안 좋긴 하지만, 배추나 무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따라 동반 상승하는 심리적 요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한 농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채소류 전반 가격이 이상기후와, 4대강 공사로 시설채소 재배지가 20% 이상 감소한 영향으로 매우 비싸다”며 배추뿐 아니라 다른 채소도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