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이 냄새는… ''전자코''로 폐암 판정

"난다, 폐암 냄새가…"
金 나노입자로 벤젠성분 찾아…
정확도 83%… 腎부전 진단도
  • 등록 2009-09-24 오전 8:49:20

    수정 2009-09-24 오전 8:49:20

[조선일보 제공] 폐암은 조기 진단이 힘들 뿐 아니라 심각한 상태가 되기 전에는 뚜렷한 증세가 거의 없기 때문에 '조용한 암살자' 또는 '소리 없는 암'으로 불린다. 최근 환자가 내쉬는 공기에서 폐암 환자 고유의 물질을 감지해 폐암을 진단하는 '전자코'가 개발됐다. 환자의 날숨을 통해 신장 질환이나 천식을 진단하는 기술도 나왔다. 숨 속에 숨겨진 질환을 잡아내 주는 전자코의 발전으로 질병의 조기 진단이 쉬워질 전망이다.

◆날숨으로 폐암을 진단한다

테크니온-이스라엘 공대의 호삼 하이크(Haick) 교수는 환자가 내뱉는 숨으로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전자코를 개발했다. 폐암 환자가 내뱉는 숨에는 벤젠 화합물이 포함돼 있다. 날숨을 분석해 벤젠 화합물이 함유됐는지 알아내면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하이크 교수팀의 전자코는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금 나노입자를 활용한다. 전류가 흐르는 금 나노입자에는 부탄에티올 등이 발라져 있다. 벤젠 화합물이 부탄에티올에 닿으면 금 나노입자에 흐르는 전류 값에 변화가 생기고 이로부터 사람이 내뱉은 숨 속에 벤젠화합물이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이크 교수팀은 28~60세 연령대의 56명의 정상인과 40명의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자코의 성능을 시험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96명의 시험 대상자들은 '폐 세척'이라는 단계를 거쳤다. 폐 세척은 5분간 깨끗한 공기만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과정이다. 이후 750mL(밀리리터·1mL는 1000분의 1L) 분량의 숨을 내뱉는다. 연구진은 시험 대상자들이 내쉰 숨을 전자코에 집어넣어 폐암 환자 특유의 벤젠 화합물이 존재하는지를 검사했다. 시험 결과, 전자코의 폐암 진단은 83%의 정확도를 보였다.

하이크 교수는 "다른 의료용 검진과 달리 전자코로 폐암 진단을 받기 위해서 시험 전에 커피나 술, 음식 등을 피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며 "이번 전자코 개발로 값싸면서도 쉽게 폐암 진단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하이크 교수팀은 관련 내용을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발표했다.

◆신장 질환이나 천식 진단도 가능 

▲ 하이크 교수팀이 개발한 전자코는 폐암 환자가 내뿜는 숨에서 벤젠 화합물을 확인해 폐암을 진단해 준다./테크니온 이스라엘 공대 호삼 하이크 교수 제공

하이크 교수팀은 이미 지난 4월에 만성 신부전증을 진단할 수 있는 전자코를 개발한 바 있다. 만성 신부전증은 신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노폐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병이다. 문제는 신장 기능이 15%까지만 살아 있어도 만성 신부전증을 증상으로 알아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하이크 교수팀은 신장을 가진 쥐와 신장을 제거한 쥐를 대상으로 날숨으로 말기의 만성 신부전증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신장이 제거된 쥐는 말기의 만성 신부전증으로 신장 기능이 완전히 멈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이크 교수팀은 신장이 없는 쥐가 내 쉬는 날숨에 특정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장을 제거한 쥐는 27개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내 뿜는다는 점에 착안해 전자코로 만성 신부전증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관련 내용을 국제학술지 '나노'에 지난 4월 발표했다.

2007년 미국 흉부학회에서는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실바노 드래고니어리(Dragonieri) 교수가 전자코로 천식 진단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천식 환자가 내뱉는 숨에도 특정 화합물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활용한 연구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자코가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의학용뿐만 아니라 향수 냄새를 식별하거나 냉장고에서 상한 음식을 사용자에게 알려 주는 등 산업 전반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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