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후)정치지형 확 바뀐다..`保-保 대결`

한나라당 찜찜한 과반..걸림돌 산적
진보세력 몰락 확인..保-保 대결구도 전망
親朴 움직임 최대 관심사..주목받는 대통령 `정치력`

  • 등록 2008-04-10 오전 8:31:02

    수정 2008-04-10 오전 9:03:13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299명가운데 한나라당 153명. 절반하고도 3명이 더 되는 숫자다. 총선 후 정국 구도의 밑그림도 이 숫자에서 출발한다. 투표장에 가지 않은 유권자가 더 많았던 절름발이 선거이긴 했지만 유권자의 표심은 참으로 절묘한 지점에 꽂혔다.

◆승리도 패배도 아닌..회색지대 놓인 한나라당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 이후의 정국 방향을 예측하면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에 미달하면 '패배'로, 160석 이상을 확보하면 '승리'한 것으로 간주하고 각각의 시나리오를 구상했었다.

그러나 총선 개표결과는 한나라당을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회색지대로 던져놨다.

아무튼 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원내 2당으로 밀려났던 한나라당은 다시 원내 1당으로 복귀했다. 거기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 이어 총선 승리로 의회권력까지 장악하게 됐다. 제2당으로 몰락한 민주당은 개헌저지선 확보에도 실패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각 상임위원회에서까지 과반수를 차지할만한 의석수(168석)에 못 미친다는 점. 이를 두고 '과반이면 됐지 욕심도 과하다'고 흘겨보기엔 한나라당의 내부사정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낙마한 親李 선봉장..親朴 움직임 최대 관심사

한나라당 당선자 가운데 친박(親朴)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30명 가량으로, 이들을 제외하면 親이명박계의 의회 지분은 과반수에 못미친다. 박근혜 前대표의 협조 없이는 한나라당의 과반의석이 무용지물이 된다.

최근 두 진영간의 냉랭한 기류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청와대는 총선 이후 대운하 프로젝트를 다시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지만 박근혜계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18대 국회 초반부터 마찰음이 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거기에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목 사무부총장과 박형준 의원 등 이명박 사단의 주요 인사들이 상당수 낙선한 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선거결과를 받아놓고 돌이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하루전인 8일 국무회의에서 "시급한 민생개혁법안들은 5월에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이같은 난감한 결과를 예감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이 들만큼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주목받는 대통령의 `정치력`..정면돌파냐, 타협이냐

돌파구는 하나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하는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의 시선이 다시 청와대로 쏠리고, 당과 청와대의 정치적 가교역할을 할 대통령의 정치특보와 정무장관 자리에 누가 가게 될지가 당장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넘겨줬던 정국 주도권을 상당부분 되찾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에도 신경을 쓰겠지만, 국정 현장을 챙기고 실용주의 노선을 밀어부치면서 국민 여론을 대통령 쪽으로 끌어오면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나 민노당, 진보신당 등 야권의 충격은 더 크다. '진보의 몰락'이라고 표현할 만큼 입지가 축소됐다. 한나라당 내부의 여러 역학구도가 복잡하긴 하지만 보수와 진보라는 잣대로 보면 보수세력의 약진은 눈부시다. 반면 진보진영은 개헌저지선 확보에도 실패했다. 민주노동당이 일부 지역에서 지역구 의석을 얻어낸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총선이후 민주당은 총선패배 책임론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이 부상할 것이 명약관화해졌다.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제기되겠지만 전당대회 이후에도 계파별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워보인다. 정국 주도권을 놓고 非한나라당 그룹의 합종연횡이 시작될 경우 그 소용돌이 속에서 통합민주당이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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