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유리한 업종과 불리한 업종은?"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아직 저평가된 정유 ''비중확대''…비철금속도 기대
은행 및 증권도 간접적 악재 노출
  • 등록 2024-04-16 오전 7:44:20

    수정 2024-04-16 오전 7:44:2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유가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정유나 비철 등은 유가 상승에 유리하지만, 항공은 불리하며 은행과 증권 역시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6일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발생할 수 있는, 불안한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일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피폭을 기점으로 중동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사건 당사국인 이란과 이스라엘은 과거 수차례 있었던 중동전쟁 수준으로 갈등이 격화했고 이란은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군사작전을 수행하면서 중동 지정학 리스크를 최고조로 끌어 올린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다행히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은 아직 크게 뛰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실력 행사와 공격 범위에 따라 상품시장의 투자심리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원유는 부존자원이 부재해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한국은 유가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먼저 정유주는 ‘매수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정유주는 이미 상승했지만, 유가 상승 가능성과 최근 타이트한 공급 환경을 감안하면 여전히 저평가된 주가”라며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비철은 긍정적이지만 철강은 부정적이란 판단이다. 유가가 오르면 연료비가 증가하고 운임도 상승한다. 그는 “철강업체는 철광석을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야 해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면서 “하지만 수요가 강하지 않으면 판가에 전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철금속은 가격이 운임 상승에 따라 그대로 올라가는 만큼, 부담이 적다는 평가다.

건설사는 해외 수주가 늘어나며 수혜를 볼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국내 건설사의 수주는 유가의 등락에 후행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 업황은 더욱 악화하고 분양 경기는 침체될 수 있다. 그는 “해외 수주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건설사에 유가상승은 긍정적이지만 인플레 압력은 고민해야 하며, 장기화하는 분양 경기 침체와 물가에 의한 주택 공사 수익성 악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은 수혜를 볼 전망이다. 그는 “상선과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수 있고 원유 물동량은 국제 유가에 동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유가 상승에는 해운주가 투자 대안으로 부각할 수 있는데, 중동 역내 컨테이너 운임이 최근 한 달 사이 45% 급등했다”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만큼, 가격 매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항공은 유가상승에 불편한 사업이긴 하지만,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의 해외여행 호황 수혜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됐다”면서 “단기 고점을 확인하면 주가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헀다.

한편 그는 은행과 증권도 간접적으로 악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급등은 환율 상승을 동반하는데, 은행이 조달비용 상승과 자본비율 하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권 역시 환율 상승과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자금시장 금리 상승, 자산가격 하락이 동반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먼저 검토해, 경제와 산업 변화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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