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 생산 혁신으로 CMO도 넘본다…“결국 가격 경쟁력”

퍼퓨전 방식으로 생산량 대폭 늘려 가격 경쟁력 확보
자체 개발 바이오 시밀러 외 외부 CMO 위한 논의도
  • 등록 2023-05-02 오전 8:03:56

    수정 2023-05-09 오전 6:18:28

이승호 에이프로젠 대표. (사진=에이프로젠)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에이프로젠 그룹은 자체 개발한 관류식 연속배양(퍼퓨전, perfusion) 기술로 바이오시밀러 제품 생산 혁신을 이뤄내면서 CMO(위탁생산) 사업에도 퍼퓨전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강원성 에이프로젠 재무관리실장(상무)은 28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바이오시밀러 가격은 이미 내려갈 만큼 내려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가격 경쟁력이 필수적”이라며 “퍼퓨전 방식을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들과 CMO 계약 논의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프로젠은 2007년 세포와 배양액을 분리해 세포는 배양기로 되돌려 보내고 배양액만 회수하는 ATF 장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면서 관류식 연속배양 기술력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관류 배양은 유가식 단회배양(fed batch) 방식과 구분된다.

“후발 주자의 경쟁력은 ‘가격’뿐…생산 혁신으로 경쟁력 확보”

후발주자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든 에이프로젠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의약품 생산을 담당하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공장의 생산 방식을 관류식 연속배양으로 선택했다. 현재 대다수 CMO 기업들이 사용 중인 유가식 단회배양 방식은 세포를 배양하는 물질인 배지와 세포주를 대형 배양기에 함께 넣어 배양시키는 방법이다. 반면 관류식 방식은 배양기내 세포를 키울때 배양액을 지속적으로 흘러 보내면서 세포주를 키워내는 생산 형태다.

에이프로젠은 자사의 대표 파이프라인 중 글로벌 임상 3상을 준비 중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AP063’와 전임상 단계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AP096’에 관류식 연속배양 방식을 적용하면서 다른 CMO 기업과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다. 에이프로젠의 가장 큰 무기인 관류식 연속배양 방식은 생산량을 혁신적으로 늘려준다.

에이프로젠은 관류식 연속배양 방식을 통해 2000리터 배양기 1회 가동으로 개발 중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AP063’ 130㎏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유가식 단회(Fed batch) 배양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 생산성이 배양기 1리터당 2g 내외인 점을 감안한다면 30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이는 것이다.

에이프로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관류식 연속배양 방식을 추가로 개선하면서 생산성을 더 높였다. 지난해 11월 개발 중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AP096’을 생산하는 데 2000리터 배양기 1회 가동으로 200㎏ 항체 배양생산성을 달성했다. 기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생산능력과 비교했을 때도 53% 가량 생산량이 늘어난 셈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전체를 기준으로, 연간 280만ℓ 이상의 배양액 생산이 가능하며 3000㎏ 이상의 항체 원료의약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최대 1500만병의 액상제형 완제의약품과 600만병의 동결건조제형 완제의약품 및 8000만개의 프리필드실린지 제형의 완제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다.

에이프로젠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 뿐 아니라 세포주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개발을 실시했다. 에이프로젠이 사용 중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세포주의 경우 세포 1개가 하루에 만들어내는 항체의 양인 ‘q값’이 146에 달한다. 업계 다른 세포주 평균 q값이 10 안팎인 것과 비교해 매우 높다.

시험생산과 임상시료 생산 등을 통해 생산 안정성도 확인했다. 올해 3월까지 500ℓ 스케일 42회, 1000ℓ 스케일 27회, 2000ℓ 스케일로 21회 생산하는 등 총 누적 배양액 회수량이 150만ℓ를 넘기면서 생산능력을 입증했다.

비용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생산성이 늘어나면서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매출액의 30% 미만으로 예상된다. 2000ℓ 배양기로 연간 6배치 생산하는 경우, 오리지널 바이오시밀러 제품가격의 50% 수준으로 판매하더라도 매출은 1조원을 훌쩍 넘기며 영업이익도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 실장은 “관류식 연속배양 방식이 유가식 단회배양 대비 공정이 늘어나는 만큼 생산 비용도 증가하지만 생산되는 제품의 양에서 오는 경제성이 이를 뛰어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외부 수주 CMO에 1~2개의 생산 시설 활용

에이프로젠은 관류식 연속배양 방식을 외부에서 수주받는 CMO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현재 4개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데, 이 중 최소 1개 라인은 외부로부터 수주한 CMO에 활용할 예정이며 상황에 따라 2개의 생산라인까지 외부 수주 CMO에 사용될 수 있다.

CMO 외부 수주 성공 여부는 위탁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에이프로젠은 이에 대한 부분도 철저히 준비 중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오송공장은 지난 2020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원료의약품 제조시설과 완제의약품 제조시설 모두에 대해서 우수의약품 생산시설(GMP)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실시한 유럽연합(EU)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심사를 통과했다.

추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AP063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AP096의 미국 허가를 준비하면서 함께 이뤄질 미국 FDA의 cGMP 실사도 준비 중이다. FDA cGMP 인증이 이뤄진다면 자체 품목 외 외부로부터 CMO를 수주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강 실장은 “CMO를 계획 중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계약을 체결하기 전 공장에 대한 실사를 거치는데, 이미 품질과 생산 안정성 데이터가 일부 확보된 만큼 퍼퓨전 방식에 거부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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