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6대 범죄' 수사, 총장·장관 승인해야 가능?…“현행법에 반한다”

檢 '6대 범죄' 수사권 제한하는 조직 개편안 후폭풍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반하는 위법 조치" 비판 목소리
총장 승인제, 총장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유도 지적도
朴 "지금도 대검 예규상 총장 승인 받게 돼 있다" 반박
  • 등록 2021-05-26 오전 8:02:24

    수정 2021-05-26 오전 8:02:24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마저 제한하는 법무부 검찰 조직 개편안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일선 검찰청의 인지 수사에 검찰총장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지침은 형사소송법을 저촉한 ‘위법한’ 조치라는 지적 등이 나오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가 대검찰청과 일선 검찰청을 대상으로 검찰 강력부와 반부패부, 공공수사부와 외사부 등을 통폐합하는 등 내용을 담은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조회한 결과 검찰 내부에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형사소송법 196조와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4조를 무시한 지침이라는 것이다.

법무부의 개편안에 따르면 일반 형사부는 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등 이른바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반부패수사부 등 전담 부서에서 직접 수사가 가능하지만, 그 외 검찰청은 총장 승인 하에 형사부 중 1개 부서만 수사가 가능하고, 지청은 검찰총장의 요청 및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임시 조직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경찰 범죄나 경찰 송치 사건을 처리하면서 알게 된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법무부 지침은 ‘대통령령’으로 형사소송법·검찰청법보다 하위 법령이다. 따라서 법무부 개편안은 하위 법령으로 상위 법령을 제한하는 셈이다. 이 같은 조치는 위법성이 짙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위 법령은 상위 법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실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어야지, 그에 반하는 내용은 위법하다”며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내부적으로 영장 청구 및 기소 여부에 대해선 총장의 결재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나, 형사소송법에 의해 보장되는 검사의 수사권을 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은 명백히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필수적인 ‘총장 승인’을 규정하는 것은 총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 등 범법을 유도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소송법 전문가 이완규 변호사는 전날(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검사의 수사권은 일선청에서는 검사장이 행사하고 검사들은 검사장의 권한을 ‘배당’으로 위임 받아 행사한다”며 “총장은 지휘감독권만 행사할 뿐 수사권 자체는 검사장 및 소속 검사들의 권한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사의 수사권 행사가 위법·부당한 때에는 총장이 지휘감독권 행사로 이를 시정·지도할 수 있지만, 수사권 발동 자체를 승인 받으라는 것은 수사권 발동 권한자를 오직 총장 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검사의 수사권은 법률에 의한 권한이므로 총장이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못 하게 하는 것은 권리 행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법무부 개편안은 오히려 검찰 개혁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선청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대검은 정책 부서화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대검이 일선 사건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중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박 장관은 윤석열 전 총장 권한 뺏기에 주력하다가 왜 입장이 180% 바뀐 것인지, 국민 앞에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개편안이 위법하다’는 지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돌아오는 길에 “지금도 반부패수사부가 없는 곳에서의 직접 수사는 대검 예규상 총장 승인을 받게 돼 있다”면서 “이를 법규화하는 것이고, 수사 지휘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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