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1일) 많은 일들이 있었다. 법원은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명령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법무부 감찰위도 윤 총장 손을 들어줬다.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둘 다 절차상 중대한 흠결이 문제가 됐다. 또 추 장관에 반발해 법무부 차관은 옷을 벗었다. 대검 조남관 차장도 징계를 철회하라며 추 장관 조치에 제동 걸고 나섰다.
조국, 추·윤 사태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권력과 검찰 사이에서 벌어진 내전이다. 누구든 살아 있는 권력을 거스르면 이렇게 된다는 확실한 경고다. 국민들 눈에는 무리한데, 집권여당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은 선이고, 그래서 가로막는 모든 세력은 악이다. 강준만 교수(전북대)는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라는 책에서 권력의 속성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종전 47석에서 152석으로, 과반을 넘기며 크게 이겼다. 그러나 환호는 짧았다. 2년 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곳만 건졌다. 한나라당은 12곳을 싹쓸이했다. 정당 득표율 또한 한나라당(53.8%) 절반에도 못 미치는 21.6%였다. 결국 100년 정당을 내세웠던 열린우리당은 창당 3년 9개월 만에 사라졌다. 그리고 2007년 12월,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500만 표 차이로 집권했다.
이제는 보수가 몰락할 차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보수는 200석(한나라당 153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경악했지만 냉정한 현실이었다. 역시 축배는 짧았다. 권력의 적은 역경이 아니라 풍요임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당 지위를 내주었다. 이후 박근혜 탄핵, 2017년 5월에는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2018년 지방선거 또한 자유한국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2곳(더불어민주당 14곳)을 건지는데 그쳤다.
지금처럼 진영논리가 득세하고, 건강한 내부 비판을 외면한다면 민심은 어디로 튈지 장담하기 어렵다.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이란 책에는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 심리학, 경영학 교수 세 명이 100년 동안 히말라야를 오른 등반대 5,104팀을 분석했다. 이 결과 위계질서가 강한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온 팀들은 정상까지 더 많이 올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소통부재, 닥치고 앞으로만 간 조직은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반증이다.
권력 행사는 산을 오르는 것과 다른 문제다. 오만한 권력은 국민을 눈물 흘리게 하고, 나라를 망가뜨린다. 정권교체는 당연한 결과물이다. 전 정권 탓, 야당 탓, 보수언론 탓, 진영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한 의원은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며 집단행동을 유도했다고 한다. 더는 어지러운 추·윤 싸움을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