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시장경제 무시하는 정책의 '말로'

  • 등록 2020-11-23 오전 6:30:42

    수정 2020-11-23 오후 3:15:03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18세기 프랑스혁명 직후 프랑스는 가파르게 오르는 우윳값을 낮추기 위해 가격 통제 정책을 썼다. 우유 가격 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격통제 정책의 결과는 정부 의도와 달랐다.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구입 자체가 어려워졌고, 오히려 암시장을 통해 몇배 더 비싸게 거래됐다.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치즈나 빵 등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급격히 뛰어 올랐다. 견디지 못한 국민들은 ‘우리에게 빵과 우유를 달라’며 결국 들고 일어났고, 당시 정권을 쥐고 있던 자코뱅당의 리더 ‘로베스피에르’는 국민들의 손에 의해 단두대에 올랐다.

공포정치로 유명한 프랑스 로베스피에르의 ‘우유가격 통제 사례’는 전 세계에 많은 화두를 던진 뼈아픈 기록이다.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과 시장통제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규제일변도 정책이 가져온 분노

문재인정부 들어 이 역사적 사건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규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현정부는 집권 3년 반동안 스 24번의 굵직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대부분 규제방안들로, 내놓은 대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면 이를 바로잡겠다며 더 센 규제를 내놓는 식이었다. 주택담보대출강화, 규제지역 지정, 분양가상한제 시행, 공시가격 인상을 통한 세부담 강화, 개정 임대차법 시행 등은 규제가 규제를 부르며 탄생한 것들이다. 동시에 획일적인 규제로 시장을 이기려는 정부의 무모함을 여실히 보여준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시장은 유주택자도 무주택자도 분노가 치미는 형국이다.

로베스피에르의 우유정책도 비슷했다. 당시 정부는 우유가격 통제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자 그 원인을 ‘사료’에서 찾았다. 사료 생산업자들이 너무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 우유생산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결국 우유에 이어 사료가격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잘못된 정책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규제가 새로운 규제를 불러온 대표적 일례다.

시장을 이기려는 불통정책은 실패한다

역사가 말해주는 잘못된 정책의 실패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며 자주 거론되는 것이 루마니아의 1가구1주택 정책이다. 루마니아의 자가보유율은 지난해 기준 96%에 이른다. 자가보유율이 높으면 주거안정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주택 수요가 그만큼 줄고 덩달아 공급도 하지 않게 된다. 지금 루마니아는 주택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고, 가족 분화가 쉽지 않다.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비슷한 정책을 쓰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주택자에게는 형벌적 과세 정책을 펴는 반면 무주택자에게는 다양한 청약기회를 부여하는 등 사실상 1가구 1주택을 원칙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규제를 통한 수요 줄이기는 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있고, 시장에 거래물량이 나오지 않아 오히려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로 올해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2만8309가구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보통 미분양 주택은 6만 가구 정도여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수요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본다.

규제일변도인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의도조차 나쁘다고 볼 순 없다. 로베스피에르의 우유정책도 의도는 더 할나위 없이 선했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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