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두려운 中企]①불 꺼진 공장…"주3일 가동도 감지덕지"

추석 앞두고 불 꺼진 산업단지 내 중소 제조업체
플라스틱업체 A사 "매출 70% 급감…가을휴가 보낼 판"
"잔업·특근 온데간데…주3일 가동도 다행"
부도난 자리에는 마스크 공장 들어서…'코로나 불황' 실감
  • 등록 2020-09-24 오전 6:00:00

    수정 2020-09-24 오전 8:20:13

23일 오전 방문한 경기도 시화·반월산단 내 한 공장. 공장이 한참 바쁘게 돌아가야 할 시간임에도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안산·인천=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회사 운영 30년 만에 이렇게 우울한 추석은 처음입니다.”

추석을 열흘가량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반월·시화산업단지. 중소 제조업체 2만 5000여개가 있는 이곳은 명절 전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공장이 돌아가야 했지만, 이날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문만 열어둔 채 가동을 멈춘 공장이 많았고, 부도난 공장 자리에는 ‘공장 임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곳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는 A사는 지난달 월 매출이 70%나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출과 내수 일감이 모두 줄면서 주3일 근무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A사 대표 김 모씨는 “지난 5~6월에는 수출과 내수가 완전히 막혀 공장이 ‘셧다운’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주3일이라도 공장을 돌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추석 연휴 잔업이나 특근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일감도 없어 직원들을 ‘가을 휴가’라도 보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명절을 맞은 중소기업이 울상을 짓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 수만 곳이 몰려 있는 수도권 인근 산업단지에는 정상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하면서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도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중소 제조업체 평균가동률은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7월 평균가동률은 67.7%로, 지난해 평균가동률인 73.3%에 한참 못 미친다. 이 수치가 6개월 이상 60%대를 유지한 것은 금융위기 기간이었던 2009년 3~8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인천 경서동 경인주물공단의 가동률은 50%도 안됐다. 이곳에 입주해있던 주물공장 중 40%가량이 지난해부터 폐업해 현재는 25곳만 남은 상태다. 이날 오후 경인주물공단에서 만난 주물업체 B사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기업이 발주만 해놓고 입고를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공장에 재고만 쌓아두고 문을 닫고 가동을 멈춘 공장이 대다수”라고 했다. 실제로 공단을 둘러보니 이른 오후 시간이었음에도 문을 연 공장은 거의 없었다. 그는 “도산한 공장 자리에는 마스크 공장이 들어섰다”고 전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오랜 기간 전방산업 침체로 경영이 악화하던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기업들이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 집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고용유지를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인천 경인주물공단 내 한 주물공장에서 근로자가 연마 작업을 하고 있다. 이달 들어 경인주물공단 가동률은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사진=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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