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된 바지만, 서울 강남권에서는 33㎡(10평)짜리 원룸의 전세가가 4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도 신도시 아파트도 99㎡(30평) 남짓 되는 곳의 가격이 적게 잡아도 5억~6억원은 호가한다. 그러니 여유 있게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정원과 넉넉한 방이 있어 가족들이 다 모여도 좋을 것 같은 전원주택이 그 정도의 가격이라는 사실에 로망을 갖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하지만 일요일 밤에 이 프로그램을 보고 다음 날 아침 출근해 그 전원주택을 소재로 수다를 떠는 직장인들은 쉽사리 살던 아파트를 떠날 수 없는 현실을 발견한다.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이며, 직장 출퇴근도 큰 문제다. 게다가 도시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부대시설과 문화시설들까지 떠올리면 ‘로망은 로망일 뿐’이라는 현실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로망과 현실의 괴리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우리가 집을 보는 관점은 살(Buy) 집과 살(Live) 집으로 나눠진다. 집을 사고 나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고 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얼마나 올랐냐”는 말이다. 아예 부동산을 사업 혹은 투기로 하는 이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집을 구매하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그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집을 살 때부터 그 곳이 가격이 오를 것인가를 여러 요인들을 파악해 염두에 둔다. 집은 이 과정에서 누리고 사는 공간보다는 투자의 대상이 된다.
최근 부동산 이슈는 당의 지지율을 요동치게 만들 정도로 뜨거워졌다. 새로운 정권 이래 다양한 부동산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강남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지역 간에, 또 집을 가진 이들과 못 가진 이들 사이의 양극화는 더 골이 깊어졌다. 정책 결정권자들조차 요지에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래서 최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지른 이유에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공공연히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