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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일반전화 지역번호는 02번을 쓴다. 소방차 출동도 서울에서 하고, 초·중·고교 학교도 서울에 있는 곳에 배정받아 다닌다. 주민들의 생활권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 서울이다. 이곳은 서울시인가, 의정부시인가.”
행정구역 상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서울시 노원구 상계1동인 수락리버시티 1·2단지 이야기다.
지난 2009년 서울주택공사는 의정부시 장암동과 서울시 노원구 상계1동이 접한 곳에 약 2000세대 규모의 수락리버시티 1~4단지를 조성하는 택지개발사업을 완료했지만 이후 10년이 넘도록 의정부시에 속한 1·2단지 주민 3500여명은 행정 효율화와 생활권 통합 등을 위해 서울시로의 편입을 요구해 왔다.
최근 의정부시와 서울시가 노원구에 위치한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의 의정부 이전을 협의하는 과정에 수락리버시티 1·2단지의 서울시 편입에 대해서도 큰틀의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수락리버시티 1·2단지 주민들은 10년이 넘도록 겪었던 불편이 해결될 물꼬를 텄다며 반겼지만 의정부시의회가 시와 서울시·노원구 간 맺은 협약에 태클을 걸고 나오면서 찬물을 끼얹고 있다.
서울 속 의정부의 외딴 섬 ‘수락리버시티 1·2단지’
22일 서울시와 노원구, 경기 의정부시에 따르면 3개 지자체는 지난 13일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의 장암역 인근 이전 △의정부 호원복합체육시설 건립 지원 △장암역 환승주차장 개발 지원 △수락리버시티 1·2단지 노원구 편입 등을 담은 동반 성장 및 상생발전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수락리버시티 1·2단지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 의정부시 내 학교가 없어 초·중·고교 모두 서울시 노원구와 도봉구로 통학하고 있다. 이곳 학생들은 학교에 가서도 서울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육청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각종 교육복지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불이 날 경우 노원소방서에서 먼저 출동해 초동 대응을 한 뒤 뒤늦게 도착한 의정부소방서에 상황을 이관한다. 당연히 초동대응에 소요된 비용은 의정부소방서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치안 대응 역시 사실상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도맡고 있으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정부경찰서에서 출동하지만 거리가 멀어 대응이 늦을 수 밖에 없다.
수락리버시티 1·2단지 주민들은 10년이 넘도록 이같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행정구역 조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최근 경기 의정부시가 서울시·노원구와 맺은 협약으로 불편이 해소되는듯 했지만 의정부시의회가 협약 이행에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의정부시의회 제29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계옥·정선희·김연균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수락리버시티 1·2단지의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는 시의 정책에 반발했다.
의원들은 시 집행부와 시의회와 행정구역 조정을 추진하는 일련의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절차 상 오류를 지적하면서 수락리버시티 1·2단지의 서울시 편입에 따른 인구감소 및 이 지역을 위한 의정부시의 행정적 노력 여부를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은 “집행부가 행정구역 조정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시의회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타 지자체와 협의를 마친 것도 문제인데 인구가 감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책이 있는지 묻고싶다”고 주장했다.
시의회의 이런 의견이 알려지자 수락리버시티 1·2단지 주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지영 수락리버시티 2단지 입주자대표회장은 “시의회가 10년이 넘도록 이곳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뭘 했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의정부시에 잡아두려고만 하는게 과연 주민들을 위한 것인가”라며 “시의회의 이런 행동은 주민 불편을 담보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미래통합당 소속의 임호석 시의회 부의장은 “의정부시가 서울시·노원구와 협의를 하는 과정이 시의회가 보기에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단지 이런 이유 때문에 수락리버시티 1·2단지 주민들의 불편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