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분위기 탄 南北국회…첫 본회담 가능할까

33년 전 첫 남북 국회 만남…의제에서 꽉 막혔던 남북
국회회담 의지 큰 文의장…10년 만에 거론된 국회회담
보수야당 설득 ‘관건’…세부내용 조율도 여전한 숙제
  • 등록 2018-09-25 오전 9:00:00

    수정 2018-09-25 오전 9:54:23

1988년 8월20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국회회담을 위한 2차 예비접촉에서 박준규(우) 우리측 대표와 전금철 북한측 대표가 회담에 앞서 악수를 교환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후 남북 국회회담이 10년 만에 다시 분위기를 탔다. 남북국회가 의제만 논의하다가 끝났던 종전과 달리 첫 본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지 관심을 쏠린다.

33년 전 첫 만남…의제에서 꽉 막혔던 남북 국회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국민보고를 통해 “합의서에 담지는 못했지만 구도로 합의된 것들이 많다”며 “국회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3당 대표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남북 국회회담의 개최 등을 상의했다.

한국학중앙연구소가 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남북국회간 교류의 시작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9월 북한의 대남 수해물자 지원을 계기로 남북접촉 창구가 열렸고, 1985년 7월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첫 예비접촉을 했다.

남북은 이후 1990년까지 5년간 10차례에 에비회담을 열고 회담형식, 대표단 구성, 운영절차 등을 논의했으나 본회담 의제문제를 끝내 풀어내지 못하고 결국 좌초됐다. 특히 불가침선언 문제를 두고 남북한 사이 이견이 컸다. 북한은 국회 차원의 ‘불가침선언’을 하자고 주장했으나, 한국은 이 같은 사안은 정부의 소관이라 국회가 관여하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이후 얼어붙었던 남북한 국회관계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해빙무드로 접어들었으나 상징적인 교류 이상의 성과를 내진 못했다. 2008년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헌절 60주년 경축사를 통해 남북 교류를 다시 제안했으나 북한은 특별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회담이 다시 거론되기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여야 3당 대표가 19일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과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동춘 부의장(사진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국회회담 의지 큰 文 의장…보수야당 설득 관건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공동선언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해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 합의를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까다로운 의제였던 불가침선언 문제에 대해 남북 국회의 의견차가 종전보다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사상 첫 남북국회 본회담의 개최에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감이 실리는 이유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지도 추동력이 될 전망이다. 당초 문 의장 측은 정상회담 불참이유로 “대통령이 가는데 의장이 특별수행 형식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으나, 더 큰 이유는 보수야당 당적을 둔 부의장 2명의 불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의장 없이 문 의장만 동행하면 ‘국회의장단’이라는 상징성이 깨질 뿐 아니라 추후 여야 협치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문 의장은 국회회담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며 “추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경우 국회회담이 다시 물꼬를 트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숙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특히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부터 강력하게 반대해 온 한국당의 경우 비핵화 조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국회회담 역시 보이콧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1일 정상회담 동행 보고차 문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 전체가 전원을 만나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도 일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5당 모두의 뜻을 모으기 어렵다면 3당 또는 4당이라도 먼저 남북 국회회담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의제문제 등 이른바 세부내용을 조율하는 것도 남북국회 본회담에 앞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북측이 3당 대표에게 “남북 국회가 만나면 실속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앞서 수차례 예비회담을 열고도 세부조율에 실패, 본회담에 실패한 과거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문 의장의 남북 국회회담 제안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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