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낮·밤 인지 일주기 시계, 잎 노화 조절한다

국내 연구진, 일주기 시계 유전자의 식물 노화 조절 규명 성공
  • 등록 2018-08-05 오후 12:00:00

    수정 2018-08-05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연구팀은 식물이 하루(24시간 주기)를 인지하도록 하는 일주기 생체시계 유전자가 주요 노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쳐 잎의 노화를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혔다고 5일 밝혔다.

생체시계 유전자 돌연변이들의 잎의 노화 표현형. 사진=IBS.
식물은 하루 주기를 인지하는 일주기 생체시계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언제 잎을 펼칠지 꽃을 피울지 등 생애에 중요한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최근 식물 노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이 이런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받는다는 단서가 보고되기 시작했으나 일주기 생체시계와 노화 유전자 발현과의 상관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연구팀은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를 이용, 식물의 일주기 시계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식물 노화 핵심 유전자인 오래사라1(ORESARA1)의 발현을 직·간접적으로 조절해 결국 잎의 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연구진은 지난 2009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애기장대의 오래사라1 유전자와 관련된 노화 회로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른 노화가 아닌 일주기 리듬에 따른 보다 세밀한 노화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에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식물의 일주기 생체시계를 담당하는 여러 유전자 중 아침에 활성화되는 PRR9라는 유전자가 오래사라1 유전자의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PRR9은 오래사라1 유전자를 직접 활성화 시키거나 오래사라1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마이크로 RNA를 억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잎의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PRR9 유전자가 오래사라1 유전자를 직접 활성화 시키는 경우 PRR9이 관장하는 일주기 리듬에 따라 오래사라1 유전자의 발현 정도 또한 하루 단위 내에서도 진동 형태의 주기를 띠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면 PRR9유전자는 아침 해가 뜬 뒤로 1시간 후에 활성화되는데 이에 영향을 받아 오래사라1 유전자가 그로부터 3시간 정도 후에 활성화된다. 즉 주요 노화 유전자가 일주기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잎의 노화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 오래사라1의 발현이 선형적으로 조절되는 생체 회로 외에도 일주기 시계에 따라 진동 형태로 조절되는 생체시계 회로도 있음을 새롭게 밝혔다. 이 같은 생체시계 회로를 통해 식물 잎은 노화를 보다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의 남홍길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24 시간 주기로 진동하는 일주기 리듬을 지닌 생체시계가 노화를 조절하는 생애 시계에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온라인 판에 미국 동부시각으로 7월 30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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