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유방암 수술을 받은 많은 환자들은 ‘여성의 상징’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남성이 성기를 잃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어린 나이대에 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타격이 더욱 크다.
그래서 유방을 절제한 환자들은 가슴의 모양을 수술 이전처럼 만드는 ‘유방 재건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유방 재건술은 실리콘 등을 재료로 하는 보형물을 가슴 부위에 삽입해 절제된 조직 대신 유방의 모양을 유지시켜준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이렇게 유방암 수술 후 재건술을 받고자 하는 환자들에게 건강보험혜택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유방 상실에 따른 여성의 사회·심리적 문제 등이 고려됐다”며 “환자의 부담이 대폭 경감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만 여겨졌던 가슴 성형이 이제는 의료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그 필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허찬영 교수팀은 이렇게 가슴성형수술 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작용인 ‘구형 구축’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탑재한 보형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구형 구축이 발생하는 단계에 대해 세밀하게 살폈다. 유방 보형물이 삽입되면 혈액 중 혈소판이 활성화되면서 ‘형질전환생장인자-베타(TGF-β; Transforming Growth Factor beta)’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은 염증 증상이 발생하는 보형물 주위에 단핵구(Monocyte)를 불러모으는 역할을 하는데, 단핵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염증 부위에서 ‘대식 세포(Macrophage)’로 분화하여 다시 ‘TGF-β’를 분비한다. 이것은 결국 염증 부위의 섬유화(Fibroblast)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합성된 콜라겐은 구형 구축을 발생시킨다.
허찬영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초기 혈소판에서 TGF-β를 억제시키는 것이 주효하다고 판단하고, ‘트라닐라스트’라는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 이러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염증 반응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트라닐라스트의 효과가 입증되자 연구팀은 더 큰 억제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PLGA(Poly Lactic-co-Glycolic-Acid) 중합체를 사용한 보형물에 트라닐라스트를 탑재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약물이 방출되고, 구형 구축을 더 크게 억제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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