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외국인들이 지난달 아시아 증시에서 주식 사자에 나선 가운데 아시아 7개국 중 인도에 이어 한국 주식을 두번째로 많이 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펀더멘털 보다는 유럽중앙은행(ECB) 추가 금융완화 기대, 미국의 저금리 기조 유지 등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덕인 만큼 외국인이 아시아 주식을 계속 매수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아시아 증시에서 52억6400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전달 88억200만달러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두달째 매수를 이어간 것이다. 특히 인도로의 자금유입이 두드러졌다. 친시장적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취임으로 구조개혁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이 대거 인도 증시에 투자, 지난 한달동안 23억5400만달러 순매수했다.
한국이 18억6300만달러 순매수로 2위를 기록했다. 4월 29억6800만달러어치 사들인 것에 비하면 규모가 줄긴 했지만, 두달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코스피지수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만이 11억1700만달러 순매수로 3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7억달러), 필리핀(2억달러), 베트남(1억달러) 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 7개국 가운데 태국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10억9800만달러 순매도했다. 헌법재판소의 잉낙 친나왓 태국 총리 해임 판결에 이어 계엄령 선포, 쿠테타 선언 등으로 정국 불안이 심해지고 경제전망도 나빠지자 외국인도 주식을 팔고 나온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이 아시아 주식을 매수한 것은 경제 펀더멘털 개선 보다는 글로벌 금융환경 개선, 구조개혁 기대감 증가 때문이라는게 국제금융센터 분석이다. 따라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높다.
ECB는 금융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이 머지않아 출구전략에 나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최근처럼 신흥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선진국보다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도 글로벌 금융여건이 변하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위험요인으로 언급했다
UBS는 ECB가 금융완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신흥국 경제의 성장세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럽계 자금의 신흥국 유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HSBC는 아예 글로벌 경기회복 모멘텀이 약해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신흥국 증시 투자비중을 축소했다.
이밖에도 중국 경기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태국과 베트남 등 신흥국 정정불안 심화 등이 전반적으로 신흥국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