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세차를 하고 싶었던 32세의 웹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네디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타벅스 매장 근처에 차를 세운 뒤 스마트폰을 꺼내 ‘체리’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시켜 자신의 차량 위치를 입력시켰다.잠시 후 전문 세차요원이 와서 차를 깨끗이 세차해 주었고 크리스토퍼는 그 사이 커피 매장에서 카라멜 마키아또를 마시며 노트북 작업을 했다.
이처럼 귀찮은 일을 대신 해주는 앱이 무수히 개발되면서 우리 삶은 한결 편해졌다. 멕시코 음식을 매장에서 직접 사서 집에 배달해 주는 앱도 개발되었고 빨래를 대신해 줄 사람을 보내주는 앱도 세상에 나와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지만 모든 일을 대신해 주는 앱의 등장에 현대인은 갈수록 게을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래리 로즌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앱 때문에 옆 사람과 얘기할 일이 더 줄어든다”며 “이러한 앱들은 사람들의 사회적 고립을 더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지역 도우미서비스 ‘잘리는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게으름을 부채질하는 서비스가 아닌 파티에서 연주할 음악가를 고용하는 것 같은 숙련 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 잘리 운영자인 보 피쉬백은 “우리사회가 가장 게으른 사회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잘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학생 리포트를 대신 써주는 것 같은 목록은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앱을 이용해 내가 해야 할 일을 남에게 시킬 때 그 일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상의 작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생일을 축하하는 등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아과 전문의 마이클 리치는 “바빠서 세차할 시간이 없을 때 그것을 아웃소싱한다면 상관없다”며 “그러나 세차가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 활동이라면 이는 삶을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일을 남에게 시키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WSJ은 편리한 앱의 개발로 시간이 절약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정작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일도 남에게 미루며 삶의 중요한 의미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