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궂은 날씨 속에 판교테크노밸리를 찾았다. 어느 정도이길래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들 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참이었다.
동판교 북쪽에 자리잡은 판교테크노밸리는 66만2000m² 규모로 전체 46개 필지로 이뤄져있다. 현재 건물이 완공된 곳은 12개. 건물을 짓고 있는 곳이 많았고 아직 착공을 하지 않은 땅도 군데 군데 눈에 띄었다.
첫 방문지로 지난 10월4일 입주한 안철수연구소를 찾았다. 가을비가 와서 다소 을씨년스럽고 공사로 인해 어지럽던 판교테크노밸리의 겉모습과는 달리 안철수연구소는 호텔 로비처럼 깨끗하고 포근했다.
신도시의 베드타운을 막기위해 조성된 판교테크노밸리는 당초 바이오산업(BT) 클러스터로 추진됐다.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연구로 주가를 날리던 때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다 황박사가 논문 조작 의혹에 휩싸여 추락의 길로 접어 들면서 단지의 성격이 바뀌었다. IT 분야가 추가됐고 이제는 나노기술(NT)과 문화기술(CT)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의 융복합 산업단지로 만들어지고 있다. ◇ SK케미칼 등 대기업도 입주 안철수연구소 사옥 대각선에는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연구소 신축이 한창이다. 넥슨, 네오위즈,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역시 그 주변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터전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주성엔지니어링과 엠텍비젼, 멜파스 등 IT 중견기업들도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대기업도 상당수 들어온다. 삼성테크윈과 LIG넥스원, SK케미칼 등이 들어서 있고 SK C&C와 삼성중공업도 입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원익과 원익IPS를 중심으로 어느새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원익그룹도 둥지를 마련하고 있다.
건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게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이다. 테크노밸리내 B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보다 방문 고객과 문의전화가 4∼5배 정도 늘었다”며 “연구시설이나 사무실 용도로 지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 2015년 8만명 고용, 10조 매출
김종경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협의회 상무는 "부지를 낙찰받은 IT 기업들 일부가 키코(KIKO)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해 다시 7개 사업부지의 주인을 물색했다. 삼성중공업과 SK C&C, 멜파스 등이 참여했고 모든 사업부지에 대한 분양이 완료됐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판교테크노밸리의 가치를 인정한 대기업들이 상당수 입찰에 참여했다.
“서울과 붙어 있고 고속도로가 바로 옆에 있어 입지여건은 테헤란로에 버금갑니다. 게다가 아파트형 공장이 아니라 첨단 연구단지와 업무단지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전국 어디에 이만한 곳이 있습니까"라고 김 상무는 강조했다. 다만 인근에 성남공항이 있어 군용 비행기나 헬리콥터 소음은 감내해야 한다.
판교테크노밸리는 현재 100여개 기업이 입주를 마쳤다. 뒤늦게 부지를 매입한 기업들이 2014년말 건물 준공을 마치면서 입주기업은 13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주하는 인력만 8만여명에 달하고 연간 매출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판교테크노밸리가 13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7만여명의 고용유발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 막대한 효과가 곧이 곧대로 믿기지는 않지만 판교테크노밸리가 산업 융복합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가져도 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