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역삼동 밀레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안규문 밀레코리아 사장(사진)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외국 IT가전업체들 사이에서는 `한국 시장은 무덤`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뜻이다. 밀레코리아가 한국 가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명품 가전`이라는 밀레의 전략을 살려 탑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했다. `입소문으로 늘어나는 판매는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말을 철칙으로 삼았다. 예리한 한국 소비자의 판단을 믿었다는 것이 안 사장의 말이다.
◇ "삼성· LG와 다투지 않는 게 살아남는 법"
밀레코리아는 삼성· LG 가전제품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노렸다. 탑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삼성· LG처럼 판매점을 전부 관리하거나 TV 광고를 할 여력이 없어서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했다. 한국 입소문 마케팅에는 인터넷 판매가 제격이었다. 그러나 명품 가전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일 본사의 반대가 심했다. 그럼에도 안 사장은 인터넷 마케팅의 파워를 의심하지 않았다. 청소기를 인터넷에서 팔기 시작하자 구매자의 사용 후기가 붙기 시작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어떤 모델은 500개 가까이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매년 매출이 30%씩 늘었다. 본사는 물론 세계 각 법인을 놀라게 만들었다. 급기야 안 사장은 본사 지시으로 40명이 넘는 밀레 법인장을 모아놓고 인터넷 마케팅에 대한 특강을 하기도 했다. ◇ 외산 가전업체에게 한국은?…"위기와 기회" 안 사장은 한국 IT가전시장에서 살아남으면 세계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은 그에게 `위기와 기회의 시장`이다. 그는 "밀레에서 일하면서 유럽 가족회사만의 상호 신뢰와 믿음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밀레는 1899년 밀레와 진칸 두 사람이 공동 설립한 가전회사다. 독일 서북부 귀테슬로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창업 이래 112년 동안 밀레와 진칸 두 가문이 4대째 대를 이어 공동 경영을 하고 있다. 밀레의 가족회사 문화는 10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형성된 것. 이 때문에 가족회사는 "우리는 식구다. 과정이 잘못되면 결과가 잘못 나올 수 있다. 그러니까 일이 잘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은퇴한 뒤 오가며 커피 얻어 마시러 다녀야 하는데 회사가 없어지면 안 되잖아요.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 겁니다"
▶ 관련기사 ◀
☞삼성전자 `당분간 가장 안전한 IT주`-하이
☞日업계, 연이은 삼성견제..도시바-소니, 중소형 LCD 통합
☞獨지멘스, 삼성·LG전자 LED 특허 침해 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