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와 싸우지 않는 게 이기는 법"

안규문 밀레코리아 사장 인터뷰
100년 넘은 독일 가전업체 `밀레` 사상 첫 외국인 해외법인장
  • 등록 2011-06-07 오전 8:36:17

    수정 2011-06-07 오전 8:36:17

[이데일리 류의성 서영지 기자] "경영 전략을 세울 때 삼성· LG와 싸우지 않는 걸 원칙으로 했죠. 이들과 붙어서는 승산이 없죠. 싸우려고 했다면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을 겁니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밀레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안규문 밀레코리아 사장(사진)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외국 IT가전업체들 사이에서는 `한국 시장은 무덤`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뜻이다.   밀레코리아가 한국 가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명품 가전`이라는 밀레의 전략을 살려 탑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했다. `입소문으로 늘어나는 판매는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말을 철칙으로 삼았다. 예리한 한국 소비자의 판단을 믿었다는 것이 안 사장의 말이다. 

 ◇ "삼성· LG와 다투지 않는 게 살아남는 법"   


안 사장은 112년 전통의 밀레 역사상 첫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해외법인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된 유일한 사장이다.    그는 애초 2005년부터 5년 동안 밀레코리아를 이끌기로 돼 있었으나, 작년 말 그의 임기는 오는 2016년까지 연장됐다.   그것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는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브랜드 입지를 구축했다는 본사 평가를 받은 것이다.   당초 삼성과 LG의 홈그라운드인 한국에서 밀레코리아가 자리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애국심이 투철한 한국인들의 `한국 제품을 써야 한다`, `AS를 생각한다면 역시 한국산이어야한다`는 식의 통념이 강했기 때문이다.  

밀레코리아는 삼성· LG 가전제품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노렸다. 탑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삼성· LG처럼 판매점을 전부 관리하거나 TV 광고를 할 여력이 없어서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했다.   한국 입소문 마케팅에는 인터넷 판매가 제격이었다. 그러나 명품 가전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일 본사의 반대가 심했다. 그럼에도 안 사장은 인터넷 마케팅의 파워를 의심하지 않았다. 청소기를 인터넷에서 팔기 시작하자 구매자의 사용 후기가 붙기 시작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어떤 모델은 500개 가까이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매년 매출이 30%씩 늘었다.   본사는 물론 세계 각 법인을 놀라게 만들었다. 급기야 안 사장은 본사 지시으로 40명이 넘는 밀레 법인장을 모아놓고 인터넷 마케팅에 대한 특강을 하기도 했다.   ◇ 외산 가전업체에게 한국은?…"위기와 기회"   안 사장은 한국 IT가전시장에서 살아남으면 세계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은 그에게 `위기와 기회의 시장`이다.   그는 "밀레에서 일하면서 유럽 가족회사만의 상호 신뢰와 믿음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밀레는 1899년 밀레와 진칸 두 사람이 공동 설립한 가전회사다. 독일 서북부 귀테슬로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창업 이래 112년 동안 밀레와 진칸 두 가문이 4대째 대를 이어 공동 경영을 하고 있다. 밀레의 가족회사 문화는 10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형성된 것. 이 때문에 가족회사는 "우리는 식구다. 과정이 잘못되면 결과가 잘못 나올 수 있다. 그러니까 일이 잘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 밀레코리아는 빌트인 주방으로 프로젝트 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B2B 사업 매출은 50% 이상이다.


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되니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장인정신으로 일을 한다. 냉장고· 냉동고· 세탁기·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의 핵심부품에 대한 품질보증 기간이 20년이다. 제품단종 후에도 20년 이상 부품을 보유해 20년 뒤에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해도 바로 부품 교체가 가능하다.   대부분 국내 가전업체들의 경우 10년은 커녕, 5~6년 쓰면 모델 단종으로 부품 교체가 어렵다. AS를 맡기면 은근히 신제품을 살 것을 권유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이들 기업이 밀레를 본받아야할 부분이다.    2016년까지의 사업 목표를 물었다. 그는 본사처럼 밀레코리아를 100년 갈 수 있도록 튼튼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것`과 `직접 해볼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지식에 경험이 보태질 때 비로소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인생철학이자 경영철학이다.

"은퇴한 뒤 오가며 커피 얻어 마시러 다녀야 하는데 회사가 없어지면 안 되잖아요.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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