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집값이 크게 올랐다고 하지만 수도권 중심일 뿐이다. 정부의 공식 통계인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1987년 이후 한국의 집값은 연평균 4.4% 상승했다. OECD 등 외국인들이 한국의 집값에 버블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 공식 통계만 놓고 판단한 것이다. 외국은 집값 상승률의 적정선 여부를 판단할 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 즉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올라야 집값이 실질적으로 오른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물가 상승률과 비교한 한국의 실질 집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을 나타내는 PIR도 90년 전국 평균 15.3에서 5.4배로 낮아졌다. PIR은 가구 소득을 몇 년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PIR만 놓고 보면 90년에 비해 소득을 감안한 실질 집값은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제럴드 시프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담당 부국장도 “한국의 주택가격이 급상승하고 있으나 1990년 1월을 100으로 했을 때 전국 및 서울의 주택가가 1991~1992년엔 110을 상회했으나 현재는 서울 90 이상, 전국 80 이하로 여전히 사상 최고점엔 미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의 체감 집값과 달리, 통계상 상승률이 별로 높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정부 통계가 지방과 농촌의 단독주택·연립주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상승률은 아파트가 연평균 7.2% 오른 반면 단독은 1.7%, 연립은 3.4%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단독주택은 198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셈이다.
◆통계 작성상의 차이라는 주장도
마이클 스펜서 도이치뱅크그룹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 대표도 “ 지난 20년간 한국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비율을 1로 잡았을 때 현재 집값은 0.5 수준을 밑돌고 있고, 서울의 아파트 값도 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등 특정지역의 집값은 대폭 올랐지만 서울 전반적인 집값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공식 통계를 외국의 집값 통계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일종의 통계의 왜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주택공사연구소 지규현 박사는 “미국 등은 실제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는 데 반해 우리는 호가(呼價) 위주로 전체의 집값을 조사하기 때문에 상승률이 낮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외국처럼 실제 거래가격을 중심으로 통계를 낼 경우, 강남권은 상승률이 서너 배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된 것도 정부 통계가 체감 주택가격과의 차이를 벌어지게 하는 이유이다. 아파트가 주택의 50%를 넘어섰으며 신규 공급주택의 90%가 아파트이다 보니 우리가 체감하는 주택가격은 아파트일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정부 공식 주택 통계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다”며 “주택 관련 통계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