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BoMS 멤버인 굿모닝증권의 김일구 스트레티지스트는 "제조업에서 오는 물가상승 압력이 없는 한 정책금리 인상은 성급한 결정"이라며 "최근의 수익률 상승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지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기 2~3년 짜리 중기채권 매수를 권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책금리 인하가 노리는 최종목표는 제조업 회복이며 소비와 건설은 수단에 불과하다"며 "최종목표가 달성되지도 않았는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을 버리는 것은 "선제적"인 것이 아니라 "성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충분히 회복되어 제조업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생겨야 한다"며 "채권 투자에서 리스크는 금리인상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선제적” 아닌 “성급한” 금리인상
“소비와 건설이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부동산가격이 폭등하고 서비스 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제 제조업은 바닥을 벗어나고 있는데도 정책금리는 아직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금리인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기지표가 대폭 호전되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금리인상론의 주요 논지이다.
이러한 논리를 접하면 "그러면 애초에 정책금리를 왜 낮추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소위 animal spirit이 지배하는 제조업은 금리에 둔감한 반면 소비와 건설은 금리에 민감하다. 따라서 경기가 둔화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어 소비와 건설을 자극하려 한다.
일본처럼 비정상적인 경제를 제외하고 금리인하는 소비와 건설을 자극하게 되어 있고, 저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이들 부문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세가 나타나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것은 소비와 건설을 자극하여 제조업의 경기둔화 속도를 늦추고, 또 제조업이 다시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다.
굳이 나누자면 금리인하가 노리는 최종목표는 제조업 회복이며, 소비와 건설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종목표가 달성되지도 않았는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을 버리는 것은 "선제적"인 것이 아니라 "성급한" 것이다.
소비와 건설부문에서 나타나는 물가상승 압력이 정책금리를 높여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충분히 회복되어 제조업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생겨야 한다. 물론 최근의 부동산가격 상승은 충분히 우려할만한 상황이고 또 정책적인 대응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제조업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과 같은 거시적인 정책대응은 극히 위험하며, 부동산투기 억제대책과 같은 미시적인 정책대응이 이루어지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제조업이 충분히 회복되어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나는 것은 미국의 경우 제조업부문의 ISM Prices Index와 가동률(Capacity Utilization), 공장주문액(Factory Orders)에 잘 나타난다. 87년 중순부터 FOMC의 의장이 된 그린스펀이 연방기금금리를 올릴 때는 ISM Prices Index가 55%를 넘을 때였고, 반대로 금리를 내릴 때는 ISM Prices Index가 55%를 하회할 때였다. 90년대 이후 예외는 없었다.
연방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는 항상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데, 그 때의 인플레이션 압력이란 소비나 건설이 아니라 제조업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동률과 연방기금금리 조정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금리를 올릴 때는 가동률이 81~83%를 돌파하면서 높아질 때이며, 금리를 내릴 때는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거나 올라가고 있더라도 81~83%를 밑돌고 있을 때였다.
역시 90년대 이후 예외는 없었다. 공장주문액(factory orders중에서 new orders)도 연방기금금리의 금리인상 시기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이다. 경기둔화기에 공장주문액은 감소하는데, 연방기금금리의 인상은 항상 줄어들었던 공장주문액이 예전의 고점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이루어졌다. 공장주문액이 늘어나더라도 예전 고점 수준에 미달한다면 여전히 제조업의 공급능력이 수요를 앞선다는 의미가 되고, 이 경우 제조업자들이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뜻이 된다.
한국은행은 97년말부터 명시적으로 콜금리 조정을 해왔지만, 경기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콜금리를 조정한 것은 지난해부터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콜금리조정 패턴에 대해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경기회복의 관건으로 수출을 들고 있고, 금통위원들도 대체로 공통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ISM Prices Index와 거의 동행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콜금리조정도 미국의 연방기금금리 조정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이유로 이루어진다고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ISM Prices Index는 지난해 12월 33.2%에서 1월에 43.9%로 크게 높아졌지만, 2월에는 ISM지수의 종합지수인 PMI가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41.5%로 다시 낮아진 상태이다.
◇리스크는 금리인상쪽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쪽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리인상 리스크를 크게 보고 있지만, 우리는 그 반대의 리스크를 더 크게 보고 있다. 현단계에서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을까? 다소 과격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우리의 생각으로는 중앙은행이 더 불안해하는 것은 생산성, 제조업의 과잉설비 등이다.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는 "물가안정"이지 "물가하락"이 아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도 싸워야하지만, 디플레이션과도 싸워야한다. 지금은 부동산에서 인플레이션, 제조업에서는 디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올해를 넘기면서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인플레이션은 정부의 미시적인 정책에 맡기고, 중앙은행의 중장기적인 정책방향은 제조업의 디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예상은 여전히 완만한 회복이지만, V자 회복을 한번 가정해보자. 미국의 가동률이 지금처럼 크게 낮아졌던 70년대 중반과 80년대 초반을 보면, 가동률이 70%대의 저점에서 다시 81%까지 높아지는데는 2년과 1년 6개월이 걸렸다. 앞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조건으로 가동률 81-83%를 제시했다. 미국의 공장주문액은 현재 고점대비 17% 낮은 상황이다. 다시 고점수준으로 복귀하려면 저점대비 21% 증가해야 하는데, 일년이내에 저점대비 21% 공장주문액이 늘어난 경우는 85년 이후 한번도 없었으며, 60년대부터 따져보더라도 가능성은 2%에 불과하다. ISM Prices Index는 물론 몇달 이내에 55%를 넘을 수 있다.
그러나 GM이 포드와 크라이슬러를 압박하여 미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당분간 가격할인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단편적인 현상이라고 보지는 않으며, 미국시장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시장점유율 경쟁이 시작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장점유율 경쟁은 과잉설비에서 나오며, 결국 기업의 pricing power를 높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ISM Prices Index도 올해안에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올해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이다.
◇만기 2~3년 중기채권 매수
금리인상이 지연된다고 보기에 만기 2-3년 중심의 중기채권 매수를 권한다.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지면 금리상승폭이 가장 커지는 채권이 2-3년 채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2월 실업률이 낮게 나왔기 때문에, 이제 V자 회복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V자 회복을 위한 모든 조건이 완성되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래서 채권매도 압력도 강하며, 당분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이 매도압력을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중앙은행의 중장기적인 정책은 지금보다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쪽(중앙은행의 물가안정의 하한선에 근접하거나 이미 하한선 밑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그래서 예전같으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더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이 보는 것은 저점 대비 제조업의 물량생산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주목하겠지만, 중앙은행으로서는 제조업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