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제휴는 "독자" 노선을 끊임없이 모색하던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산업의 흐름에 맞춰 생존방식을 "공생"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제휴를 계기로 현대차는 그동안 시장에서 의심받아왔던 독자생존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GM이나 포드에 비해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관측됐던 다임러크라이슬러-미쓰비시 연합에 편입됨에 따라 기업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도요타 르노-닛산 등 빅6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한국만을 위한 자동차산업은 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는 한국시장만을 향한 자동차산업이 아닌 세계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로 전환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제휴가 GM-피아트,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현대차로 압축된 대우차 입찰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쓰비시에 이어 현대차를 "품 안으로" 끌어들임에 따라 아시아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6로의 편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 = 현대자동차는 이번 제휴로 다임러크라이슬러 연합군으로 편입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휴에 대해 대상과 시기의 문제였을 뿐 생존을 위해서는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세계자동차산업은 재편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독자적인 연구개발과 브랜드를 소유한 자동차업체는 90년대들어 30여개에서 10여개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최소 효율규모 400만대 이상의 생산규모를 확보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400만대 이상의 생산규모를 확보한 업체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도요타, 르노-닛산 등 6개에 불과하다.
이들 빅6도 이같은 생산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90년대들어 M&A에 가속도를 붙였다. 포드는 재규어(90년) 마쓰다(96년) 볼보(99년) 랜드로버(2000) 등을 인수했으며 GM은 사브(90년)를 인수한데 이어 올해 피아트와 주식교환방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또 폴크스바겐은 롤스로이스(98년)를 편입했으며 다임러는 지난 98년 크라이슬러와 대규모 합병을 실시한데 이어 미쓰비시(2000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르노는 닛산에 이어 삼성을 인수했다.
이같은 합종연횡을 이끌고 있는 또다른 요인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연료전지 개발이다. 수십조의 비용이 예상되는 차세대 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GM-도요타,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발라드 등 2개의 연합군이 형성됐다.
결국 혼다, BMW, PSA 등과 함께 중위권 그룹에 속한 현대차는 어떤 형태로든 빅6에 "줄대기"가 필요했고 이번에 다임러크라이슬러를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 이번 제휴로 시너지효과 클 전망 = 대부분의 자동차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가장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대상을 선택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특히 다임러크라이슬러, 현대/기아, 미쓰비시 등 3개사의 시장과 제품군을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는 분석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우 유럽과 중남미를 중심으로 고급승용차와 미니밴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높은 원가구조 때문에 소형차 경쟁력이 낮다. 반면 현대차는 고급차 경쟁력과 환경 및 첨단기술이 미미하지만 낮은 생산원가를 바탕으로 개도국시장에서 저가 소형승용차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미쓰비시는 GDI(Gasolin Direct Injection), CVT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소형차 생산기술과 미쓰비시의 저공해 엔진기술, 그리고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브랜드 및 자본력이 결합되는 "월드카"사업을 통해 이같은 평가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3사는 20002년부터 5년간 전세계에 400~500만대를 생산, 45조원의 매출과 2조3000억원의 이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또 적자 사업인 상용차 부문을 별로로 분리, 세계 최대의 상용차 메이커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합작법인으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주 상용차 공장은 중국을 향한 상용차 생산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아시아지역 강자로 부상 = 그동안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중 아시아지역에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가장 약체였다. 그러나 올들어 미쓰비시에 이어 현대차를 "동지"로 만든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순식간에 강자로 부상하게 됐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아시아 시장점유율은 종전 0.7%에서 현대/기아(18.4%)와 미쓰비시(5.7%)를 합치면 25%로 상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