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운전자, 시종일관 '급발진' 주장…버스 페달과 혼동했나

국토장관 "제 차에 페달 블랙박스 달겠다..의무화는 다른 차원"
  • 등록 2024-07-11 오전 7:29:32

    수정 2024-07-11 오전 7:29:32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지난 1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2차 경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여전히 브레이크 결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0일 오후 사고 피의자인 차모(68) 씨가 입원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조사를 진행했다.

차씨는 이날 약 4시간가량 진행된 조사에서 “차량 이상을 느낀 순간부터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차씨는 지난 4일 첫 조사에서도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급발진을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차씨는 사고 당시 차량 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었다”며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는 일방통행로가 아닌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류 서장은 “당시 내비게이션이 ‘우회전하라’고 음성으로 알려준 것이 블랙박스 영상에 담겨 있지만 ‘세종대로18길’에 진입했을 때 ‘경로를 이탈했다’는 음성이 담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차씨가 역주행로에 진입한 사실을 인지한 뒤 빠르게 빠져나가려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류 서장은 “그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차씨가 언제부터 역주행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느냐’는 질문에는 “호텔 주차장을 나와 일방통행로 진입 시점에는 역주행을 인지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추가로 조사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평소 몰던 버스 페달과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의 페달 모양이 서로 다른 것을 확인하면서 경력 40년의 버스기사인 차씨가 버스와 승용차 페달을 혼동해 페달을 잘못 밟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차씨는 사고 충격으로 갈비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입원 중이며, 갈비뼈 일부가 폐를 찔러 피가 고여 있는 상태로 8주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차 씨 및 변호인과 협의해 추후 후속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차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6분께 서울 조선호텔에서 나와 역주행을 하며 안전펜스, 보행자들을 충돌한 뒤 BMW 차량과 소나타 차량을 연달아 충돌했다.

차씨는 호텔에서 개인 행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집에 가는 길이었다. 이번 사고로 사망자 9명, 부상자 7명 등 총 사상자 16명이 발생했다.

한편 이번 시청역 사고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급발진 또는 오조작 등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상우 국토부장관은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조사의 설치 의무화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문을 받고 “개인적으로 제 차에 페달 블랙박스를 달려고 한다”면서도 “그러나 제조사에 강제할 것이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정책적 차원에서 여러 규제의 문제가 있기에 자발적으로 유도해 나가는 게 우선 옳은 방향”이라며 “강제로 의무화하면 무역 마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완성차 제조사들에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권고한 데 이어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설득했지만 제조사들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사고기록장치(EDR) 등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고,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려면 자동차 설계를 변경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11일 완성차 제조사들과 페달 블랙박스 관련 회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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