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 술만 마시면 '필름' 끊길땐...알코올성 치매 의심을

과도한 음주 지속하면 젊은층에서도 알코올성 치매 발병 가능
진행 속도 빠른 알코올성 치매…절주 및 조속한 내원 필요
  • 등록 2023-12-20 오전 7:54:10

    수정 2023-12-20 오전 7:54:10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연말연시가 다가오며 각종 모임이 늘고 있다. 지인과의 시간을 즐길 때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술자리다. 이런 과정에서 흔히 ‘필름이 끊겼다’라고 표현하는 블랙아웃 현상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적절한 음주는 분위기를 띄우지만 필름이 끊길 정도로 과음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 유도성 치매와 같은 말로 알코올의 섭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지 장애를 광범위하게 부르는 용어다. 알코올은 급성 또는 만성적으로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준다. 술을 마시면 단기간 안에 정신 기능의 속도가 저하되고 반응 시간이 지연된다.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블랙아웃 현상이다. 이는 음주 중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술을 마신 후 어떻게 귀가했는지 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잦은 술자리, 피곤한 상태에서의 음주, 공복 시 음주 등이 블랙아웃의 위험을 높인다.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치매에 이를 수 있다. 술만 마시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증상도 알코올성 치매다. 뇌의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데, 이는 알코올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기억력을 포함한 광범위한 인지영역에 손상을 낼 수 있다. 인지저하가 진행되면 일을 계획하거나 결정하고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기억장애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초기에는 최근에 발생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며, 병이 점차 진행되면 평소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직업활동 등을 하기 어렵게 되며 더욱 진행하면 간단한 집안일 등 익숙하게 해오던 일에도 주위에 의지하게 된다.

초기에는 뇌 기능에만 약간의 문제가 생기고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뇌 손상이 반복돼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하면 뇌의 구조에도 변화가 생긴다. 알코올성 치매 환자의 뇌를 단층 촬영(CT)해보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이 변화하며, 뇌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소뇌에도 위축이 나타나 떨림, 보행 시 비틀거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층에서도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알코올성 치매가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즉시 술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성 치매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올바른 음주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알코올성 치매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증상을 방치할 경우 짧은 기간에 노인성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

세란병원 신경과 권경현 과장은 “알코올은 혈관을 통해 몸에 흡수되는데 술을 많이 마시면 혈액 속의 알코올이 뇌세포에 손상을 입히며,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면 뇌에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알코올 남용은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코올 남용은 노인에서 간, 췌장, 신장 기능의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같은 양의 알코올이라도 노인에서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을 유발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뇌의 손상은 회복할 수 없는만큼 젊은 나이라도 방심하지 않고 올바른 음주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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