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파이고 목 잘린 고양이…동물학대 범죄, 도 넘었다

[동물학대 이제 그만]①
반려인 1500만에도 동물학대 범죄 계속
2020년 반려견 유기건수 13만여건 달해
"동물권 향상이 인권 향상" 의식 가져야
  • 등록 2021-11-05 오전 9:19:44

    수정 2021-11-05 오전 9:19:44

[이데일리 정병묵 이소현 기자] 지난 10월 4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 인근 산에서 산책하던 개 ‘올백이’가 돌에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범행을 부인했던 가해자는 결국 올백이가 자신의 개를 위협해서 돌로 내리쳤다고 자백했다. 지난 8월에는 서울 강서구에서 탯줄이 달린 새끼 고양이 4마리가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가해자는 고양이가 숨을 쉬지 못하게 봉투를 묶어놓았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한국 고양이의 날’인 9월 9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 주택 담벼락에 길고양이가 한가롭게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에 들어섰지만 동물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만 개·고양이를 유기하거나 잔혹하게 학대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만 서울 강남구·서대문구 등에서 세 차례나 길고양이 사체가 머리가 잘리거나 눈이 파인 참혹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범인을 특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 보호에 대한 인식은 급변해왔다. 지난 9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제98조)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 중이다. 현행법상 동물은 ‘유체물’, 즉 물건으로 취급돼 왔으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물은 생명체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9월 27일 청와대 주례회의에서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개 식용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아직 동물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잔혹한 학대 외에도, 예뻐서 입양했다가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례도 줄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 유기 건수는 약 13만건으로 5년 전보다 5만건 늘어났다.

특히 작년 코로나19 발발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입양한 반려동물을, 일상을 되찾으면서 파양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분기 등록된 월평균 유기동물 수는 7955마리였지만, 3분기엔 1만769마리까지 증가했다. 하루 평균 약 326마리의 유기동물이 길에서 구조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동물권 향상이 동물을 존중하는 것 외에도 보편적 인권 향상이라는 인식전환과 학대는 명백한 범죄라는 형법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인간과 동물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서로 의지하며 돕는 존재”라며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곧 세상과 본질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일로 동물권 회복이 곧 인간성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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