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규제 전에는 이에 근거된 법이 있어야 합니다. 법에 정해진 바가 ‘규제’고 이를 어겼을 때가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이지요. 금융소비자보호법 상에는 ‘플랫폼이 직접 금융상품을 팔 수 없게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금융당국은 이 법에 의거해 카카오페이 같은 플랫폼이 증권사에서 파는 펀드상품, 보험사나 대리점에서 파는 보험상품을 직접 팔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카카오페이나 토스 앱에서 내 개인정보를 입력해 가입까지 한 번에 된다면 ‘법을 어긴 것’입니다. 당국에서 보기에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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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법에 없어 ‘규제할 권한’이 없는 듯 해 플랫폼의 금융상품 간접판매에 대해 용인해왔던 것도 있어 보입니다. 플랫폼도 ‘이건 광고입니다’라고 하면서 자기 사이트 안에서 ‘추천서비스’로 팔아온 것이고요. 규제 사각지대였던 것입니다.
이 규제 사각지대를 정부 당국이 ‘가름마를 타겠다’라고 한 게 최근 ‘핀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인 것처럼 이어졌습니다. 플랫폼의 중개 행위 금지가 되는 것이지요.
왜 당국은 이제서야 이 사각지대 내 ‘모호했던’ 상황에 대한 ‘규정’에 나선 것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금소법 유예기간(어겨도 처벌하지 않겠다)이 이달 24일까지라서 서둘러 정의내려줄 필요는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위법 사항에 대한 처벌을 해야하는데, 그 기준부터 마련한 것이지요.
제1 요인 ‘머지포인트 사태’
그러면 왜 이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했을까요. 업계에서는 지난 8월에 한창 시끄러웠던 ‘머지포인트 사태’를 꼽습니다. 머지포인트 사태의 골자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그들이 하는 사업행위에 대한 뚜렷한 정의가 없었다’는 데 기인합니다.
이건 또 무슨 얘기일까요. 잘 알려져있다시피 머지포인트가 포인트를 팔고, 그 포인트가 다수의 가맹점(편의점, 온라인쇼핑몰, 옷가게)에서 쓰이려면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가 갖고 있는 ‘자격증’(라이선스)을 갖고 있어야 했었던 것입니다. 머지포인트는 상품권 사업자로 있었는데, 실제 그들의 사업 행위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전자금융사업자의 영역이었던 것이지요.
(물론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가 포인트를 팔았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포인트가 범용적으로 쓰이고 있었는데, 머지포인트의 포인트도 그러려면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자격 요건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졌고, 머지포인트는 법에 맞춰 사업 요건을 갖추려고 했습니다. 포인트 사업은 중단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당장 돈으로 쓰일 수 있는 포인트를 쓸 수 없게 되니 사용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머지런’이 일어났고, 머지포인트는 회생 불능이 의심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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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사용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환불’을 요구했을 때 이에 대응할 내부적 능력(자금 동원력)이 모자랐던 것도 있습니다. 기존 금융사들이 핀테크들을 보며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이처럼 규제의 바깥에 있던 머지포인트 사태는 당국에게는 규제 자극 포인트가 됩니다. 플랫폼의 금융상품 판매 행위가 정확히 법에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머지포인트처럼 뒤늦게 문제가 되는 것을 당국은 우려했던 것입니다.
핀테크들이 우려했던 부분도 다른 데 있습니다. 자칫 머지포인트 사태의 촉발점이 됐던 사업 중단에 대한 우려입니다. 법에 맞춰 내부 시스템을 정비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2요인 ‘빅테크 규제’ 분위기
카카오페이는 좀 특수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서입니다. ‘클만큼 컸으니 봐줄 수 없다’ 혹은 ‘니들이 다 해먹는다’라는 인식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는 것이지요. 직접 카카오나 네이버의 계열사와 경쟁해야 하는 이익단체나 기업에서 정치권을 더 자극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사실 이 골목상권에 대한 용어정의도 논란이긴 합니다. 어떤 분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골목상권이란 단어를 쓰기도 합니다.)
그래도 핀테크 입장에서는 ‘링크’ 형태로 한다면 어느 정도 허용이 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예를 들면 펀드 상품을 카카오페이에서 추천한다면, 그 상품을 ‘카카오페이가 파는 상품’이 아니라, ‘카카오페이증권이나 다른 증권사가 파는 상품’으로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라는 것입니다. 실제 금융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도록 화면 구성을 만드는 게 이들 업체들의 급선무가 된 것이지요.
일단 ‘사업 중단’이라는 사태까지 가지 않아 업체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랐다’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요?
가장 큰 요인, 끊이지 않았던 금융스캔들
사실 금소법은 핀테크 규제하라고 만들어진 법이 아닙니다. 핀테크에 대한 부분, 플랫폼의 금융상품 판매 활동에 대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이번 사태는 금소법의 일부에 대한 해석을 당국이 뒤늦게 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금소법은 무엇일까요? 이번 사태만 놓고 보면 핀테크들 ‘두둘겨 잡는’ 규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존 금융사의 영업활동을 규제하는 데 있습니다. 숫자에 어둡다고, 어려운 금융용어가 낯설다고 소비자들에게 마구마구 금융상품을 팔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소비자가 납득하고 이해한 다음에 그에게 결정권을 줘 금융상품을 고를 수 있게 하라는 것이지요. 이른바 ‘불완전판매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금소법은 지난 2020년 3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법 발의 시점이 이명박 정부였던 2011년이니 거의 9년만에 통과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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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산저축은행 등 상당수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됩니다. 이 중에는 ‘부산은행인줄 알고 예금을 넣었다가 알고보니 부산저축은행’이었던 예금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서민금융의 길을 열어주겠다고 규제를 완화해줬더니 그 안에서 각종 모럴 헤저드와 불완전판매가 횡행했고, 이른바 ‘윗선’의 비호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런 금융부실, 금융사들의 모럴헤저드에 따른 불완전판매 행위가 줄곧 이어져왔다는 점입니다. 동양증권사태 등을 비롯해 그 이후 이어진 DLF나 사모펀드 사태 등도 있습니다. 금융사 그들이야 ‘글로벌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삼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뭣도 모르고 손실을 본 것이죠.
이것 때문에 집단소송제, 징벌전 손해배상제도 등의 도입이 초기 금소법에 담겨 있었습니다. 국회 내에서 이들 사안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을 계속하다 2019년 DLF와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급히 금소법은 통과됩니다. 그러나 이들 사항은 2020년 들어 사라지고 남게 된 것이 ‘창구에서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기 위한 메뉴얼’ 같은 것들입니다.
이 메뉴얼에 따르면 보험사 혹은 보험사 대리점 라이센스가 없는 금융사는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팔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스마트폰 앱이라는 온라인 공간에 옮겨 놓고 해석을 한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 과거 금융사들의 잘못이 현재 핀테크들의 목을 죄는 ‘칼’이 되어 돌아온 격입니다. 기존 금융사들 입장에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외치는 게 당연합니다만, 그간의 행태로 봤을 때 선뜻 공감이 안 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제2, 제3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어나게 되고...
소비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까요? 업체의 도덕성? 늘 이를 의심하다 뒤늦게 칼을 빼드는 당국?
정리합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플랫폼 두둘겨 잡는 법이 아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10년 전에 발의된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법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과거 금융사들의 모럴헤저드가 계기가 돼 발의됐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이 법은 초기 모습과 비교하면 ‘금융상품 판매 메뉴얼’에 더 가깝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당국의 ‘규제하고 싶어’하는 ‘그들만의 로망’을 충분히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로망은 금소법이란 도구를 타고 플랫폼 목을 죄는 ‘칼’이 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