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잡수입금 7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파트 부녀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부녀회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하위 단체가 아니라 별도 사단의 성격을 띠고 있고,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 수입이 주택법상 아파트 잡수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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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파기 및 환송을 주문했다고 3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1997년부터 2014년 말까지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부녀회장을 맡아왔다. 이 씨는 재직 당시 부녀회의 전(前) 총무가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 비용 및 벌금 등을 부녀회비에서 지출하는 등 총 7167만 원을 임의로 사용한 사실 등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횡령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부녀회는 아파트의 자생단체로서 아파트 잡수입금의 수입·지출 등 예산집행에 관여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아파트 잡수입금을 기존의 관행에 따라 관리하고 있는 것을 기회로 이를 부녀회 운영비 등의 용도로 소비하기로 마음 먹고 임의로 소비해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부녀회를 통해 헌옷 판매나 바자회 등을 통해 조성한 돈은 잡수입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은 횡령죄 상 보관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항소에 나섰다.
그러나 2심 재판부 역시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잡수입을 2% 범위 내에서 예비비로 처리하고 남는 잔액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며 “부녀회가 주택법 시행령 개정 이전부터 아파트 잡수입을 관리·사용했다 하더라도 남은 잡수입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돼야 할 성격의 돈이기 때문에 부녀회가 아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해야 할 잡수입에 해당한다”며 1심과 동일하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잡수입금과 부녀회의 성격에 대해 원심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부녀회는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독립한 법적 지위를 가지는 자생자치단체다”며 “입주자대표 회의는 부녀회의 활동과 재정 운영에 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부녀회의 지출을 용인해 왔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은 부녀회비와 잡수입금이 입주자대표회의에 그대로 귀속되거나 입주민들 전체의 것으로 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는 사단의 성립 요건 및 부녀회비와 공동주태 관리로 인한 수입의 소유권 귀속 나아가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재심리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