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에 제68대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으로 공식 취임한 박범계 장관은 취임 당일인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뜬금없이 페이스북 얘기를 꺼냈다. 검찰개혁이라는 묵직한 과제를 짊어진 자리에 오른만큼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한 마디 정도로 끝낼 수 있었겠지만, 굳이 이같은 발언을 한 데에는 페이스북을 주요 메신저로 활용해왔던 추미애 전 장관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메시지를 부각 시키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언론과 각을 세웠던 추 전 장관은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등 본인 개인적 논란은 물론 검찰 인사,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징계 청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검찰개혁과 관련된 세세한 사안까지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언론과의 쌍방향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치중했던 셈이다.
반면 박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후보자 시절부터 소통에 공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고검 청사에 자신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을 꾸린 그는 지난달 31일 첫 출근길엔 “여의도에는 민심이 있고, 서초동에는 법심(法心)이 있다. 민심에 부응하되 법심도 경청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찰청에 사무실을 정했다”고 말하는 등 유독 소통을 강조했다.
|
◇첫 일정엔 동부구치소…檢 인사도 尹과 협의 ‘차별화’ 부각
추 전 장관과의 차별화를 위한 박 장관의 시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추 전 장관이 취임 직후 단행한 첫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 ‘패싱’ 논란을 빚었던 것과도 다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9일 출근길에서 “오늘 인사 관련 부서로부터 현황을 보고 받고 인사 원칙을 정해 2월 초 윤 총장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총장이 엄연히 현존하고 있고, 법상 검사들의 인사를 함에 있어 보직 제청은 장관이 하고 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며 “법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적 능력, 秋보다 뛰어나”…기대 속 檢 인사·수사 조치에 이목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전 장관에 비해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그가 펼칠 검찰개혁 2라운드의 방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검찰개혁 추진이라는 대전제에 대해선 추 전 장관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 검찰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사지휘권 행사 등 일련의 조치에 대해선 추 전 장관과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추 전 장관 당시 인사 자체가 워낙 논란이 돼 왔기 때문에 일단 2월 검찰 인사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단적으로 (윤석열 총장의 직계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추 전 장관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에 대한 인사 조치 여부, 그리고 윤 총장 징계 청구 과정서 주목을 받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와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 이첩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부당 평가 사건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사건 등 민감한 사건들이 2월이면 대략 정리가 될 텐데, 박 장관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 현 정권과 관련된 각종 검찰 수사 등 갈등의 불씨도 산적해 있는 만큼 박 장관이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도 관심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판사는 물론 청와대 경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정무적 감각과 법조 관련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라며 “더욱이 박 장관은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가까운 사이였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도 윤 총장과 친분이 있어 검찰과의 소통도 확실히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은…
△1963년 충북 영동 △연세대 법학 △1994년 사법연수원 23기 △1996년 서울지방법원 판사 △2002년 대통령인수위 정부분과 인수위원 △2003년 청와대 민정2비서관 △2003년 청와대 법무비서관 △2010년 민주당 대전광역시당 위원장 △2012년 19대 국회의원 △2016년 20대 국회의원 △2016년 국회 국정농단 국조특위 간사 △2018년 국회 사법개혁 특위 간사 △現 21대 국회의원 △現 법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