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30년 만에 최고치에도 못 웃는 日증시

닛케이225 지수, 버블 경제 이후 최고치 달성에도
시장 분위기는 잠잠…BOJ 이외 수급주체 안 보여
10월부터 외국인 순매수에도…"단타용일 뿐"
전문가 "배당성향 높이는 등 구조적 변화 있어야"
  • 등록 2021-01-06 오전 5:30:00

    수정 2021-01-06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3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재가 연이어 전달되고 있지만 일본 시장의 분위기는 비교적 잠잠합니다. 한국과 미국 주가지수가 연달아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축포를 터뜨리는 분위기인 것과는 상반되죠. 대체 왜 일본 증시의 분위기는 침착한 걸까요? 현지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 시장 내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꼽습니다.

지난해 29일 닛케이225 지수는 27568.15에 장을 마치며 1990년 8월 이후 30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닛케이225는 일본 경제 버블의 절정기인 1989년 12월 29일 종가 기준 38915.87(장중 38957.44)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줄곧 하락했었죠. 이후 2012년 12월 시작된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슬금슬금 오르긴 했어도 버블 당시 주가를 영 회복하지 못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에 일본 증시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일본 시장의 분위기는 신중론이 더 우세한 분위기입니다. 여전히 지수가 버블 당시 최고치를 뚫지 못하는 것도 이유이지만, 최근의 주가 급등에 다소 찜찜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수급 주체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건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으로, 총 7조엔을 순매수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산 곳(아래부터 12월 중순까지 데이터)은 연기금으로 1조 3000억엔을 매수했다고 하고요, 기업도 자사주 매입 등으로 1조 2000억엔을 순매수했다고 합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000억엔, 3조 3000억엔을 팔아치웠다고 하네요. 즉 딱히 일본 주식에 매력을 느껴서 산 주체는 없다는 얘깁니다. 경기부양을 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산 주식이 가장 많았다고 하니까요.

물론 해외투자자들은 10월 이후 일본 주식에 순매수로 돌아서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마저도 지속가능한 것인지 여부엔 의문을 가지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해외투자자들이 특별히 일본 주식을 좋다고 생각해서 사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일본주식은 전자부품이나 기계 등 경기가 반등하면 함께 실적이 오르는 경기민감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일본 시장 자체를 ‘경기민감주’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전 세계의 경기가 좋아질 것 같다면 일본 시장 전반을 사서 이익을 남기는 해외투자자들도 많다는 겁니다. 심지어 일본 주식은 주가도 싸니까요. 워런 버핏이 일본 5대 상사 주식을 한꺼번에 사들인 것도 이와 맥락이 비슷하죠. 즉 ‘경기순환 트레이드(거래)’로, 경기가 다시 하강하면 주가도 다시 하락한다는 겁니다. 일본 증시는 단기적 트레이드 대상이 될 뿐 장기투자 대상이 되지 못한단 얘기죠. 심지어 요즘 전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플랫폼 등 신경제 기업이 적은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따라서 일본 주가가 버블 경기 당시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려면 구조적 문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캐시 마츠이 골드만삭스 재팬 부회장은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려면 경기순환 트레이드로만은 부족하다”면서 일본 주식의 배당성향 향상이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닛케이225 종목의 평균배당수익은 5년 평균 2%가 채 안되는데요, 3%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이죠. 아직 일본 증시가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엔 역부족인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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