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위기 부르는 채무 급증…2~3년來 거품 꺼진다"

美 국가 채무·저금리로 호황 누리고 있어
"누군가는 대가 치러야 돼"
"스스로 판단력 있어야 위기에서 돈 안잃어"
  • 등록 2020-12-01 오전 6:00:00

    수정 2020-12-0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앞으로 2~3년 안에 전세계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위기가 닥칠 것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79)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글로벌 부채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긴축재정을 실행에 옮기는 국가는 거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부터 줄곧 경제 위기를 경고했던 로저스는 최근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리더스북)을 펴내고, 비관론의 근거와 대처법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주식시장 버블이 본격화한 대표적인 국가”라면서 “이른바 ‘동학개미’라 불리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큰 돈을 잃을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로저스는 앞서 1987년 블랙먼데이, 2000년 초반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대폭락을 여러 차례 예견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도 버블이 시작되는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표적인 근거로 ‘국가 부채’를 들었다. 로저스는 “미국 나스닥, 다우지수 등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국가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배로 늘었다”며 “이미 디트로이트, 일리노이 주 등은 파산 직전까지 몰려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압력을 가해 돈을 찍어냈다. 시중에 불어난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고(高)금리인 채권으로 몰리며 거품이 더 커졌다. 낮은 은행 이자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으로 돌진했다. 부채와 저금리가 가져온 호황이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유럽에서 가장 재정 상태가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의 최대 민간은행인 도이치 은행도 ‘빨간 불’이 켜졌다. 도이치 은행은 사업 확대 전략 실패로 인한 적자, 투자사인 중국항공사들의 경영 악화 등이 맞물려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도이치 은행의 금융 파생 상품 규모만 약 71억 달러(한화 약 7조 8400억원)에 달해 파산할 경우 전 세계적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로저스는 우려했다. 그는 또 “인도, 중국 등지도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로저스는 최근 시장에서 주목하는 현대통화이론(MMT)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결국 모두에게 공짜 식사를 나눠주자는 것”이라며 “하지만 쌀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대통화이론은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화폐를 계속 찍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고 적자 규모를 늘려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면서 “결국 누군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도 로저스가 우려하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채무는 늘어나고 있고, 금리는 바닥이다. 갈 곳을 잃은 돈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로저스는 “한국에서 최근 주식투자 경험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주식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데, 이는 주식시장에 거품이 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면밀히 분석하고, 본인이 잘 아는 분야에만 투자해야 할 것”이라면서 “투자에 앞서 다양한 견해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 “나는 날마다 5개국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읽는다”고 덧붙였다.

짐 로저스(사진=짐 로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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