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LCC인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091810))이 2005년, 이듬해 제주항공(089590)이 처음 취항할 때 프로펠러가 외부에 장착된 터보프롭기를 띄웠다. 각각 프랑스 ATR의 ‘ATR 72-200’과 캐나다 봄바디어의 ‘Q400’ 기종이었다.
|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만든 180여석 이상의 제트기와 달리 국내 LCC가 운항한 80석 미만의 터보프롭기는 ‘작아서 불안하다’는 오해를 낳았다. 또 시각적으로도 낯설어 오해를 샀다. 제트기와 달리 프로펠러가 외부에 드러나 있는 것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진 것.
게다가 프로펠러기는 조종사 기초훈련기, 군수송기 등에 사용될 정도로 검증받은 모델이지만, 소비자들은 안전성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기름값이 적게 들어 운항 요금이 싼 강점이 있지만, 국내에 취항 후 사고가 발생하기도해 승객들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국내 항공 시장에서 안전성에 대한 편견을 이기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프로펠러기는 자취를 감췄다. 한성항공은 경영난으로 파산하고, 제주항공은 2010년 기종 변경 계획에 따라 터보프롭기 Q400 5대를 모두 매각하고 제트기인 B737-800으로 단일화했다.
|
그러다 국내 항공 시장에 프로펠러기가 다시 등장했다. 작년 말부터 운항을 시작한 소형항공사 하이에어의 ‘ATR 72-500’ 터보프롭기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항공운송사업자는 운항하는 항공기의 규모(50인승)를 기준으로 나눈다. 50인승 초과는 일반항공 운송사업자이며, 50인승 이하는 소형항공 운송사업자다. 국내 LCC는 주로 보잉과 에어버스의 180여석 이상 규모의 기종을 운항해 일반항공 운송사업자에 해당한다. 하이에어는 50인승 이하 항공기를 운항하는 소형항공 운송사업자다.
하이에어의 ATR 72500 항공기는 본래 72석 규모이지만, 국내 소형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기준에 따라 50석으로 고쳐 운항 중이다.
하이에어는 김포~울산, 김포~여수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항공기는 파란색 도장의 1호기와 분홍색 도장의 2호기까지 도입했다.
|
지난주 개인 사정으로 여수를 방문했는데 교통편으로 항공편을 택했다. 일반 항공기와 프로펠러기의 차이를 느껴볼 겸 김포~여수 노선은 아시아나를, 여수~김포 노선은 하이에어를 이용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착했다. 코로나19 충격 탓인지 여수행 항공권 가격은 KTX(4만7200원)와 고속버스(4만7400원)보다 저렴했다. 아시아나의 평일(9일 기준) 항공권은 유류할증료와 세금을 포함한 편도 총액 최저가가 3만2200원부터였고, 주말(12일 기준) 항공권은 최저가 4만1200원부터였다. 하이에어는 특가 항공권 이벤트 중으로 최저가 2만200원부터였다. 아시아나는 평일에 이용해 3만2200원에, 하이에어는 주말에 이용해 3만8200원에 탑승했다.
시작부터 색달랐다. 아시아나를 이용했을 때는 게이트와 항공기 출입구가 연결된 탑승교를 이용해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하이에어는 소형항공기라 그런지 여수공항 밖 활주로 부근으로 직접 걸어나가서 탑승했다. 김포에 도착해서는 항공기에서 내려 버스에 탑승해 공항 안으로 이동했다.
항공기도 색달랐다. 하이에어는 분홍색의 기체 도장이 눈에 확 띄었으며, 기체 양쪽의 중앙에 달린 큰 프로펠러도 인상적이었다. 공개된 프로펠러기의 제원상 전체 길이는 27.2m이며, 날개폭은 27.1m, 꼬리날개 높이는 7.7m이다.
탑승도 색달랐다. 하이에어는 프로펠러기는 뒷문으로 탑승했다. 보통 일반 항공기는 앞문에 있는 좌석을 택해야 빨리 내릴 수 있는데 정반대 구조였다. 모바일로 예매한다면 미리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데 뒷좌석을 먼저 선점하는 게 좋을 듯하다.
만약 무거운 짐이 있다면 위탁수하물(15㎏) 서비스를 활용하자. 캐리어는 기내로 갖고 가는 것보다 위탁수하물로 부치는 것을 추천한다. 허용 무게는 아시아나항공(20㎏)보다 적었지만, 다른 LCC와 비슷한 수준이다. 캐리어를 기내로 가져가면 직접 끌고 들고 이동해야 하고 또 기내에 짐을 싣는 공간이 일반 항공기보다 비좁아 꺼낼 때 불편했다.
|
기체는 작지만, 개인 좌석은 넓다. 하이에어 기내는 복도가 1개인 단일통로 구조다. 좌석은 애초 76석 규모를 50석으로 고친 덕분인지 좌석의 무릎공간이 아시아나보다 넓었다. 일반석 기준으로 38인치(약 97㎝)로 국내 최대다. 다른 LCC를 타면 무릎이 앞좌석과 맞닿아 있어 불편하기도 한데 하이에어를 타면 다리를 쭉 뻗어도 편하다.
소음과 진동은 옥의 티다. 이륙이 시작되자 확실히 일반 항공기에 비해 크게 소음과 진동이 느껴졌다. 숙면은 불가능했다. 소음과 진동을 덜 느끼고 싶다면 프로펠러가 붙어 있는 3~7번 좌석은 피하고 창가석 대신 복도석에 앉는 것을 추천한다. 이날 앉은 좌석은 중간인 7번 창가 자리여서 바로 옆에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가는 모습을 창밖으로 볼 수도 느낄 수도 있었다. 날개가 동체 위에 있고 비행 고도가 일반 항공기보다 낮아 창밖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어 눈은 즐거웠다.
승차감도 살짝 아쉽다. 운항 시 바람이 세차게 불 땐 기체가 흔들리기도 했고, 기체가 기울어질 땐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때문에 소형항공기라 강풍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 바람과 기상악화에는 취약하지 않을까 우려도 들었다. 비유하자면 아시아나와 같은 일반 항공기가 고속도로에서 세단을 타는 느낌이라면, 하이에어는 오프로드에서 소형 트럭으로 질주하는 느낌이랄까.
|
게다가 특가 항공권 등을 잘 이용한다면 2만원대에도 국내 항공편을 이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른 교통편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가성비로만 따지면 최상급이다.
하이에어가 고공비행하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그동안 국내 항공업계에서 대부분의 소형항공사가 적자누적으로 포기한 전례가 있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게 관건이다. 또 국내 LCC와 경쟁은 물론 코로나19 등 대외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것도 남겨진 숙제다.
현재 김포~여수 노선에 취항 중인 국내 항공사는 아시아나와 하이에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은 운항을 중단했으며, 제주항공은 국제선이 막히자 국내선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오는 29일부터 해당 노선에서 운항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프로펠러기가 낯선 승객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안전운항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 하이에어는 항공기 제조사는 ATR은 프랑스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합작법인으로 ATR 72-500 기종은 세계 100여개국 200여개 지역항공사에서 운항 중임을 강조했다. 또 평균 15년 이상의 베테랑 정비팀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 LCC도 초기에 안전운항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고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대규모 안전투자로 시장에 안착한 경험이 있다. 하이에어도 지방공항의 활성화를 비롯해 고객의 항공 경험과 선택지 확대 차원에서 국내 대표 소형항공사로 발돋움해 순항하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