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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부모로 일하는 주부 박옥자(51·여)씨. 그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이들 이름과 얼굴, 저마다의 특징까지 또렷하게 기억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가 위탁 부모가 된 건 지난 2004년 지인을 따라 동방사회복지회 가정위탁지원센터를 방문한 일이 계기가 됐다.
당시 초등학교 2, 4학년 두 아들을 둔 박씨는 여가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나 부업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 業)이 되다시피 했고 현재 맡고 있는 아이까지 포함해 지금껏 위탁 아동 22명을 돌봤다.
첫 위탁 아동은 태어난 지 보름도 안 된 사내아이 동민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맡겨진 동민이는 박씨의 품에서 7개월 정도 자라다 미국 시카고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박씨는 “위탁 가정에 보내지는 아동들 대부분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 혹은 세 살이 채 안 된 영아”라며 “한창 사랑받고 조심스레 키워져야 할 나이에 이 가정 저 가정 전전하며 정을 붙이고 이별을 반복해야 한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고 돌이켰다.
위탁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를 떠나보내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아이들이 박씨를 ‘친엄마’로 여겨 이별을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이들도 자신이 떠나는 순간을 직감한다. 해외 입양을 위해 출국하던 날 공항 가는 차 안에서 팔목을 부여잡고 ‘엄마’라고 부르면서 내내 울기도 했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겨진 우리 가족들도 한동안 공허함과 그리움에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잠시나마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껴 위탁 부모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박씨는 또 다시 아이와의 이별을 준비 중이다. 14개월 간 친딸처럼 기른 위탁 아동 유빈(가명·20개월·여)이가 이달 말 미국 보스턴의 한 가정으로 입양간다.
박씨는 “밝고 온순하며 가족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라며 “친부모의 심정으로 돌봤는데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더 좋은 가정에서 마음껏 사랑받고 자랄 수 있다면 더이상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파양이 반복돼 여러 가정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가여운 아이들이 또다시 상처를 받지 않게 하는 게 박씨의 유일한 바람이다.
박씨는 “새 대통령도 선출됐는데 한 번 버림받은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