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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애요? 밤낮이 자주 바뀌는 직업이지만 선배들 보면 다들 결혼했던데요. 틈틈이 소개팅도 하고요. 하하하.”
3교대 순환 근무는 기본이다. 매일 영화를 틀면서도 정작 자신은 마음 편하게 감상할 처지도 못 된다. 영화 한 편을 무사히 상영할 때까지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중압감도 상당할 터다. 그럼에도 서울 중구 퇴계로 CGV 명동역점에 근무하는 1년 6개월 차 ‘초짜’ 영사기사 조영신(27) 씨는 ‘천직’이라며 웃었다.
조씨는 “첫 영화 상영 1시간 전부터 9시간 오픈 근무와 낮 업무, 마지막 마감 3교대로 나눠 일하다 보니 균형적인 생활은 못 하지만 은행이나 병원업무를 볼 수 있고 한가하게 쇼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 누군가의 문화생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되도록 생체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하루 전 패턴을 맞추는 편”이라면서 “다음 날이 마감 업무일이라면 잠이 안 와도 자려고 애쓴다”고 귀띔했다.
영사실은 극장건물 10층과 11층. 비상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붉은색 팻말이 붙은 15~20평 작은 사무실이 나오는데 거기가 그의 작업실이다. 명동역점은 그나마 규모가 작아 6개 스크린을 동시에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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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영사기사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학비라도 벌 겸 영화관 매표안내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려다가 잘못 접수한 게 영사기사였다고 했다. 조씨는 “다행히 운 좋게 붙었다. 처음 영사실이란 곳에 들어갔는데 마음에 딱 들었다. 기계도 신기하고 호기심이 생기더라. 전공이 경영학이었는데 부모님 만류에도 ‘올인’하기로 결심하고 바로 중퇴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 군대도 다녀왔고, 영사기사 자격시험도 4번 만에 붙었다. 2010년 1월 영화관 CGV 시간제 일자리 ‘미소지기’로 영사보조 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지 3년. 그런 열정 덕에 2014년 10월 정규직으로 정식 입사했다.
조씨는 자신이 상영한 영화를 보고 퇴장하는 관객들의 표정을 유심히 보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행복해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더라. 누군가의 재미와 감동, 슬픔을 책임진다는 게 멋졌고 그래서 이 일을 택했다”며 “관객은 영사의 존재를 잊겠지만 관객에게 영화 이상의 감동을 전하는 전도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웃었다.
다만 고충은 있다고. “새벽에 홀로 콘텐츠 점검 차 공포영화를 봐야 할 때, 근무 중 영화의 반전이나 주요 장면을 보게 돼 영화에 흥미를 잃을 때가 있다. 특히 ‘이 영화 어떠냐’고 시도 때도 없이 물어들 오는데 개인취향이 있다 보니 호불호는 갈리더라. 흥행작을 맞힌 비율은 50대 50 정도였던 거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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