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팔아"(0.2%), "파는 게 좋을 걸"(0.7%). 증권사의 종목추천이 믿을 게 없다는 것은 비단 어느 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투명하게 처리한다고 떠들어대는 월가에서도 도무지 통계를 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분포를 보인다. 미 증권거래위원장인 아서 레빗은 우스개소리로 "왜 매도추천은 바바라(바바라 스트라이샌드)의 콘서트 티켓보다도 눈에 띠지 않는 거야"라고 말한다.
기업실적조사기관인 퍼스트콜은 지난 10월초부터 미국기업에 대한 분석가들의 종목추천 2만8000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매도추천"은 전체의 1%도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증권사들이 "표현을 비비꼬면서" 팔라는 얘긴지 사라는 뜻인지 알 수 없는 "약한 모습"으로 종목을 추천 퍼스트콜을 애 먹였다. 그러나 퍼스트콜은 과감히 강력매입(strong buy)에서 매입(buy) 보유(hold) 매도(sell) 강력매도(strong sell)의 다섯가지로 이들의 종목추천을 분류했다.
이렇게 나눈 결과 강력매입이 35.8%, 매입이 37.6%, 보유가 25.7%로 99%를 넘었다. 최소한 팔지 않고 가지고만 있어도 괜챦은 수익이 나야 할 가능성이 90% 인데 사실은 3분의 1 이상이 폭락을 면치 못했다.
퍼스트콜의 조사분석가 조 쿠퍼는 "증권사의 분석가들은 중심이 없다(been biased). 어느정도는 태생적인 한계로 보인다. 그들은 각자 분석을 담당하는 산업이 있으며 그 산업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만을 지켜보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투자업계의 관계자들은 일종의 불문율처럼 추천이 인플레돼 있기 때문에 보유는 팔라, 사라는 보유하라, 강력하게 사라는 사봐라 라는 의미란 것을 다들 알고 있다. 증권사 분석가들은 정말 가망이 없어 보이는 기업에 대해 등급을 낮추느니 아예 분석대상에서 제외시켜 잠시 수면밑으로 빠져 있도록 유도하는 "배려"를 한다.
지난 수년동안 기업공개(IP0) 매수합병(M&A)등이 활발했던 것도 이 같은 경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자기회사에서 기업공개의 주간사로 참여해 로드쇼(기업설명회)를 함께 다녔는데, 혹은 좋은 것으로 판단돼 주식을 사도 좋다고 해서 매수합병이 성사됐는데, "이제와서 어떻게 형편없다는 얘기를 하냐"는 정서가 깔리게 됐다는 얘기다.
퍼스트콜은 투자자들에게 "추천등급보다 그 추천의 방향이 전환되는 추세가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언질한다. 종목추천이 어떻게 변하는지 줄곧 지켜봐야 하다니,투자자들은 정말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