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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들 연말 모임이 있었습니다. 다섯 친구가 매해 모이는데요. 세 명은 결혼을 했고, 두 명은 아직 미혼입니다. 남편들과도 가끔 만나는 사이라 이번 모임에도 참석 가능하면, 부부 동반을 해도 되는 걸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사귀는 남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사실 그 친구는 딸도 있고 남편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륜남’을 데리고 온 거죠. 대체 왜 그 남자를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서로 눈짓을 보내고 모임 분위기가 좀 이상했습니다. 물론 그 남자는 식사만 하고 일찍 자리를 떴는데요. 친구 남편하고 딸 얼굴이 떠올라 저는 말도 잘 못 섞겠고 웃질 못하겠더라고요.
저희 남편도 같이 갔는데. 그 자리에선 가만히 있더니 집에 와서 엄청 화를 내더라고요. 제 친구가 너무 뻔뻔하다며 친구 남편한테 이 상황을 이야기하겠다면서요. 예전에 한번 같이 만나서 명함을 주고받은 적이 있거든요.
저는 ‘부부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그냥 두라’고 했는데도, 남편은 ‘당장 친구 남편에게 전화하겠다’고 해서 말리느라 혼났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모른 척 넘어가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를 친구 남편에게 언질이라도 하는 게 나을까요?
-자녀가 있는 기혼 친구가 사귀는 남성, 부정행위 상대로 보이죠.
-친구의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친구 남편에게 알렸을 경우, 친구가 본인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너 때문에 이혼하게 생겼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건 아닌지 염려될 수 있는데요.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죄로 ‘공연성’, ‘전파 가능성’을 요건으로 합니다.
여기서 공연성의 경우,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처럼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로 인해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면서 공연성이 부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친구 남편에게 친구의 부정행위 사실을 알린다 해도 그 발언 대상의 배우자에 해당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친구의 불륜을 묵인하고 더 나아가 부정행위를 부추기고 도와준다면 그땐 어떤 문제가 있나요.
△사연자나 지인들이 친구가 불륜남을 데리고 부부 동반 모임에 참석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남편이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 배신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 남편에게 이 상황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모임이 부부 동반 모임이고 오랜 친구라는 점을 보면 친구가 모임에 동행한 남성이 ‘불륜남’이라고 단정하는데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을 거라 봅니다. 다만 부정행위는 이혼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부동반 모임에 같이 나온 것이 상당히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그 남성에 대한 호칭과 만남 정도 등 사연자가 알고 있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불륜으로 볼만한 상황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이를 전할 때에도 보고 들은 상황에 대해서만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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