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대책이 언급될지 주목된다. 올해 불법 공매도 제재 건수가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5만명에 달해, 당국의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에서 현장 국감이 진행되는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국회 관계자는 현장 국감 관련해 “펀드 사기, 주가조작, 공매도까지 금감원 관련 이슈가 많아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취지”라고 전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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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감에서는 공매도 관련 질의응답이 나올지 주목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하고 상환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늘렸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비율이 105~120%로 여전히 낮은데다 공매도 대차 기한이 없어 여전히 차별적인 조건을 받는다고 주장해 왔다. 불법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적발하는 전산시스템 도입 필요성도 제기해왔다.
이에 개인투자자인 최재혁 씨는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 제목의 국민동의청원서를 지난 3일 국회에 등록했다. 이 청원은 지난 4일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5만명 동의를 달성했다. 청원에는 무차입·무기한 공매도 사전차단을 위한 증권거래 시스템 도입, 기관·외국인의 상환기간 제한 등이 담겼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공매도 관련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을 넘었기 때문에 이제 국회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며 “당장은 국감이 있어서 힘들고, 국감 이후 내달부터 정무위에서 공매도 청원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가 공매도 관련 국민동의청원을 논의하는 것은 21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참조 이데일리 10월15일자 <[단독]‘공매도 제도개선’ 5만명 청원…여야 “내달 논의”>)
최근에는 증시가 주춤한 가운데 불법 공매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위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0년 1월~2023년 6월 공매도 적발 및 조치현황’ 자료를 이데일리가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30곳에 89억8805만원의 과태료·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자본시장법(170조) 관련 공매도 규제 위반 혐의로 제재를 의결한 것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다 제재 건수, 역대 최대 제재 금액이다.
| 올해 상반기(1~6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중 공매도 관련 내용 집계 결과, 불법 공매도를 한 금융사에 10만원에서 38억7400만원까지 과징금·과태료가 부과됐다. 역대 최대 과징금인 38억7400만원을 부과받는 ESK자산운용은 지난 6월 증선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ESK자산운용과 증선위의 법률대리인은 각각 법무법인 세종과 바른이 맡았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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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주요 2차전지 관련주가 불법 공매도 주요 타깃이 됐다. 올해 5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에 따르면 적발된 불법 공매도 5건 관련주는 ‘황제주’(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 종목)
에코프로(086520)의 자회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2건)·
에코프로비엠(247540)(1건)을 비롯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1건),
SK이노베이션(096770)(1건)이다.(참조 이데일리 9월18일자<[단독]올해 역대최다 불법공매도…1순위 타겟은 2차전지>)
급기야 글로벌 투자은행(IB)까지 불법 공매도에 연루됐다. 금감원은 글로벌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최초 적발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 2곳은 BNP파리바와 HSBC다. 2021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카카오(035720) 등 국내 101개 종목(BNP파리바 기준)에 대한 불법 공매도로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알면서도 고의적이고 관행적으로 불법 공매도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이복현 원장은 취임 직후 공매도조사팀을 신설하는 등 공매도 조사를 강화했다. 이 원장은 공매도 전면재개 시점 관련해 “투자자들이 보기에 불공정하다는 지금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매도 전면재개 자체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7일 국감에서 5만 국민 청원 관련한 제도개선 관련해서도 언급할지 주목된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전 이사는 “정부가 특권 카르텔과 불공정에 칼을 뽑았는데, 왜 자본시장에서 불공정 공매도를 하는 외국계 슈퍼리치는 놔두고 있습니까”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참조 이데일리 10월16일자 <배터리아저씨 “국민 청원 5만 돌파…공매도 특권 카르텔 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