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쌍용C&E(003410)(전 쌍용양회)투자 건에 대해 자본재조정(리캡)에 나섰다. 국내 기관투자자(LP)들을 대상으로 수천억대 자금 투자 의향을 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약 1조9000억원 규모 쌍용C&E 컨티뉴에이션(Continuation)펀드 자본재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KB증권을 리파이낸싱 진행 공동 주관사로 선정해 국내 기관투자자(LP)들에게 7%대 금리 조건을 제시하고 투자 및 재투자 의사를 묻고 있는 상황이다. 딜 추진 극 초기 단계로, 시장 반응에 따라 조달 목표액을 조정할 예정이지만 모집 자금은 최소 수천억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달 목표액이 작지 않은 만큼 조력 증권사는 자금조달 동향에 따라 더 추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컨티뉴에이션펀드란 사모펀드 운용사가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신규 투자자를 모집,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기존 자산을 옮겨 담는 투자 기법이다.
| (사진=한앤컴퍼니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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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코가 쌍용C&E 펀드 자본재조정에 나선 배경을 두고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짙다. 그도 그럴 것이 한앤컴퍼니가 쌍용C&E에 재투자하는 대규모 세컨더리 펀드 조성을 마무리한지 1년3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앤코는 1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지난 2016년 쌍용C&E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쌍용C&E 중간 회수 및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컨티뉴에이션펀드를 조성, 투자자를 교체하고 지분을 옮겨 담았다. 쌍용C&E 컨티뉴에이션펀드에는 영국계 운용사인 콜러캐피탈과 골드만삭스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고, 국내 LP 10여 곳도 총 6000억원대 자금을 출자했다. 한앤컴퍼니의 3호 펀드 자금도 일부 투입됐다.
시장에서는 재투자 이후 극히 단기간 내에 자금 구조 변경에 나선 유력한 배경으로 쌍용C&E 주가 하락을 꼽는다. 재투자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선순위 투자자 이하로는 사실상 손실구간에 들어갔다. 이에 거액을 베팅한 메인 LP인 콜러캐피탈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재조달 목적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고금리 및 자본시장 리스크 확대로 투자심리가 극히 위축된 상황이지만 한앤코의 리파이낸싱에 대한 시장 반응은 우호적인 편이다. 한앤코 및 주관사 측이 기존 LP들을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콜러캐피탈 등 해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고 싶어하니 (맞춰 주기 위해) 자금 재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의아하지만 금리를 이렇게 높게 걸어준다는 데 참여 안 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 고위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편”이라며 “재조달에 나선 의도에 의구심이 안 생길 수는 없지만 우리(기관)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리파이낸싱 주관을 맡은 증권사 측에서는 “현재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인 초기 단계로, 딜은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기관 간에 조율하고 있는 내용이라 언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