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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을 받았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올랐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 조사결과에선 사교육비 총액은 21조원으로 전년(19조5000억원)보다 1조500억원(7.8%)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 사교육비 총액이 증가하면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9년 32만1000원으로 전년(29만1000원)대비 10.3% 올랐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자녀의 객관적 실력을 몰라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의사도 진단 없이 처방을 내릴 수 없듯이 학력진단을 확대해야 공교육에서의 학생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2018년 전국교육감 선거에서 17명의 교육감 중 14명의 진보성향 후보가 당선되면서 공교육의 학력진단 기능이 퇴보했다. 요즘 학생들은 초등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는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게 단적인 예다. 그나마 전국 중3·고2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표집평가로 축소됐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학점제용 대입’으로 불리는 새 대입개편안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학점제 시대의 대입과 현 정부의 수능확대 기조와는 간극이 워낙 크지만 대입개편 방향이 안개속이라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비 증가 원인은 불확실성과 관련이 있기에 입시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정확한 시그널을 줘야 하며, 그런 면에서 대입개편 방향도 2024년보다 앞당겨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축소한 수능·한국교육방송공사(EBS) 연계정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1월 발표한 대국민 교육여론조사에선 사교육 경감 효과가 가장 큰 교육정책 1위로 ‘EBS 강의·교재와 수능 연계 정책’(27.7%)이 꼽혔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2022학년도 수능부터 EBS 연계율을 종전 70%에서 50%로 오히려 낮췄다. 양정호 교수는 “현재 방송 중심인 EBS 강의를 유튜브 등 다른 매체로 확대하고 대학에도 입시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글을 배우고 온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간 학습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입학 후 1개월간 적응교재(우리들은 1학년)를 배운 뒤 곧바로 국어 외 수학·탐구과목 등을 배우는 데 한글을 이해하기까지 다른 과목 학습에서 애를 먹는다. 유치원 외 유아학원에서 한글을 익힌 아이들과 출발선부터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지식교육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가정 형편에 따라 유아교육단계에서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유치원·어린이집에서 기초적인 한글·수리 등에 대한 지식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