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떠오르는 그리운 장면은 거의 다 부엌 언저리에서, 밥상 주변에서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 자신도 지금까지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호원숙 작가)
‘현대 문학의 거목’으로 불리는 박완서(1931~2011) 작가의 소설을 2021년에 다시 읽으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는 22일 박 작가 타계 10주기를 맞아 관련 도서가 속속들이 출간되고 있다. 박 작가는 작품에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면서도 세대를 막론하고 관통하는 인간사의 보편적 정서를 담았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시대에 뒤처지거나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줄 다음 세대가 있다는 건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던 생전 박 작가의 말처럼 독자와 후배 문인들이 지금껏 그의 작품을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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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은 모두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이어진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는 성년이 된 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껏 책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자, 그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낸 여성의 서사로 읽혔다.
소설가에 앞서 엄마이자 아내였던 박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도 출간됐다. 박 작가의 맏딸 호원숙 작가가 쓴 에세이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세미콜론)을 통해서다. 박 작가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머물렀던 ‘노란집’에 여전히 살고있는 호 작가는 책 속에서 “엄마가 물려주신 집의 부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재도 아니고, 마당도 아니고, 부엌이었다”고 털어놨다.
박 작가의 소설 속에서 음식은 아주 중요한 문학적 장치이자 시대상의 반영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소설 속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음식에 대한 묘사가 어디서 왔는지 자연스레 유추하게 된다. 그가 부엌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고, 동시대 보통의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밥상을 정밀하고 섬세하게 관찰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지난달에는 박완서의 에세이 35편을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세계사), 지난 11일에는 수필 465편을 골라 아홉 권의 양장본으로 엮은 ‘박완서 산문집’ 세트(문학동네)도 각각 출간됐다. 박완서의 자전적 연애 소설이자 마지막 장편인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