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브레이크 없는 여당의 입법폭주, 기업경영이 죄인가

  • 등록 2020-12-15 오전 6:00:00

    수정 2020-12-15 오전 6:00:00

반(反)기업법을 무더기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폭주에 제동은커녕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재계는 물론 국회 입법조사처· 법무부· 법원행정처 등 입법검토 3대 기관의 우려마저 묵살한 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제정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그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같은 중요 입법과제도 이번 임시 국회 회기 중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기업규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이 경제민주화 진전을 위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평한 후 더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집권 여당 대표인 그가 중대재해법의 문제를 짚어봤다면 ‘단호한’ 어조로 회기내 처리를 강조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입법검토 3대 기관이 지적한 이 법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근로자 사망시 사업주 및 경영주에 2년 이상 유기 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사업주와 법인에 대한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이 법은 큰 줄기로 볼 때 연좌제· 낙인찍기· 복불복의 3가지 독소 조항을 담고 있다는 것이 이들 기관의 지적이다.

예컨대 산업 안전· 보건 의무를 구체적으로 예시하지 않고 포괄적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사고 원인과 무관하게 결과 책임을 사업주에게 묻고, 하도급기업 사고 책임마저 원도급 기업 사업주에게 지우는 것은 전근대적 연좌제를 복귀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과도하게 넓은 안전·보건 조치를 의무화한 탓에 의무가 아니라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격이 된다고 이들 기관은 보고 있다. 법은 실제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하는 책임주의 원칙이 기본인데 이와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기업 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중대재해법의 처리를 멈추지 않으면 안된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무게를 더 둔 상태여서 이 법은 당정 협의마저 뒤집고 여당이 과잉제재로 내달은 또 한 번의 폭주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다름없다”는 탄식이 왜 산업계에 끊이지 않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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