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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인수하기로 했다. 국내 민간 항공 시장을 이끌어온 양대 대형항공사(FSC)가 합병해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항공 빅딜에 따라 양사의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도 ‘대형 LCC’ 탄생이라는 절차를 밟게 됐다. 대한항공의 진에어(272450),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이 합쳐진 통합 LCC가 출범하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가 없었다면 독점을 제한하고 경쟁을 유도했던 국내 항공 시장에서 이러한 일을 시도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지만,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가 이번 빅딜의 결정적인 트리거(방아쇠)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LCC 업계에서는 항공 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LCC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항공 시장은 활발해졌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객이 늘어 항공 여행의 대중화를 일으켰다. 그러는 동안 소비자는 이득이었지만,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출혈경쟁이 빈번히 발생했다. 이미 인기 노선은 항공운임이 아메리카노 한잔보다 저렴할 정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항공운임 500원이라는 초특가 항공권 마케팅도 출혈경쟁의 일환이다. LCC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가다간 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러던 참에 지난해 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포부였다. 이는 국내 항공업계 구조개편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 등 여파로 인수·합병(M&A)은 결국 무산됐다. LCC업계가 원했던 항공산업 구조개편은 양사의 합병이라는 아름다운 모습 대신 이스타항공의 운항중단과 구조조정으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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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사실상 국제선 운항이 불가능한 가운데 LCC는 제주노선을 중심으로 국내선 파이를 나누고 임직원들은 유무급 휴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힘겹게 연명하고 있다.
통합 LCC 출범은 언제쯤…시너지 효과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계획안은 내년 3월 17일까지 나온다. 그런데 아직 통합 LCC의 출범 예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항공사 빅딜에 이슈가 집중된 나머지 LCC 3사 통합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통합 LCC에 대한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 이후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원(One) 브랜드’로 운영한다는 기조다.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있기에 제3의 신규 브랜드를 만들기에는 시간과 투자비용상 적절하지 않다고 대한항공 측은 보고 있다. 사용하지 않은 다른 브랜드, 즉 합병되는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를 활용할지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 LCC도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브랜드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는 등 비슷한 수순을 밟아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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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진에어는 보잉,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로 보유하고 있는 기재가 다르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에는 한계점이 엿보인다. LCC는 기종의 단일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 단일 기종 위주로 운영하면 항공기 구매와 임대가 수월하고 조종사와 정비사, 승무원 훈련비용과 정비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항공기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진에어 28대(대형기 4대 포함), 에어부산 25대, 에어서울 7대 등 총 60대다. 결국, 현재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44대)을 넘어서는 통합 LCC 탄생으로 덩치는 커지지만, 효율적인 운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기종별로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훈련 등을 각자 따로 해야 해 비용 지출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수익성은 떨어지게 된다. 운수권과 스케줄 효율화 이상의 사업적인 시너지를 내려면 기재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통합 LCC의 거점 지역이 어디가 될지도 관심사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인천공항이 중심이며,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이 베이스다. 이에 대해 우 사장은 “세 회사가 통합됐을 때는 어느 한 곳이 아닌 인천과 부산이 동시에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지방공항에도 지금처럼 에어부산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운영해 인천과 부산을 균형적으로 잘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본사를 부산에 유치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그는 “부산에 LCC 본사를 두는 여부는 통합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지역 주민과 관련 기관, 직원과 협의해서 풀어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와 견줄 수 있는 ‘울트라 LCC’ 탄생이 예고되면서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나머지 국내 LCC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과 AOC 발급을 준비 중인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가 종식될 그날을 기다리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국적 LCC 브랜드가 살아남았으면 하지만, LCC업계는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화물로 흑자를 내고 있고 조만간 빅딜을 앞둔 두 항공사와 달리 LCC 업계의 통합 일정은 미정이고 조만간 곳간은 바닥을 드러낼 모양새라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는 LCC가 승리하게 되는 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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