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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은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등 영미권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무대를 보여준다. 1850년대 가벼운 오페라 장르인 ‘오페레타’를 기원으로 시작된 데다, 19세기 후반 유럽을 풍미한 오페레타 계열의 음악극 형식을 접목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뮤지컬의 시작은 미셸 베르제가 만들어 1979년 초연한 ‘스타 마니아’로 본다.
이후 1997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00년 제라드 프레스귀르빅의 ‘로미오와 줄리엣’, ‘파스칼 오비스포’의 ‘십계’ 등 히트작이 연이어 탄생하며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들 작품은 고전을 원작으로 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랫말 대사로 이뤄졌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프랑스 뮤지컬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창작진의 상당수가 프랑스 외에 다른 국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프랑스 뮤지컬’보다는 ‘프렌치 뮤지컬’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어 대본과 프랑스적인 정서를 기반으로 다국적 창작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뿌리는 오페레타..철저히 ‘노래’ 중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선풍적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도 전통 샹송에 기반한 아름다운 노래의 ‘힘’이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앨범은 초연했던 1998년 1200만장이 팔려 그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에 올랐다. 이 음반은 17주 동안 프랑스 음악 차트 1위를 차지했고, 대표 넘버(노래)인 ‘Belle’는 프랑스 차트에서 44주간 1위에 등극해 신기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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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연기와 노래, 춤을 도맡지 않고 무용수를 따로 둔다는 점도 프랑스 뮤지컬 고유의 특징이다. 노래 비중이 큰 주인공의 안무를 최소화하는 대신, 별도의 안무팀을 둔 것이다. 전통무용, 현대무용, 애크러배틱 팀으로 나눠진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현란한 춤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고난도 테크닉을 과시한다.
프랑스 뮤지컬은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기 보다는, 고전의 재해석에 역점을 둔다. 고전이 담고 있는 심오한 정서와 철학적 메시지가 고스란히 녹아든 시적인 가사는 인간의 깊은 내면, 근본적 고뇌를 건드려 더 큰 감동을 자아내게 된다. 대체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점, 반주를 생음악이 아닌 녹음(MR)을 활용한다는 점도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으로 거론된다.
이번에 내한한 ‘노트르담 드 파리’과 ‘로미오와 줄리엣’, ‘십계’가 프랑스 3대 뮤지컬로 칭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국내 최단기간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05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국 초연 후 이번이 9번째 공연이다.
‘십계’는 대규모 앙상블의 군무와 독무가 프랑스 뮤지컬의 특성을 잘 살려낸 작품이다.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에서 객석을 통과하는 배우들의 행렬, 이집트 인들의 춤과 주인공들의 노래는 인상적인 극이다. 프랑스 초연 당시 200만 관객을 동원했고, 16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 오리지널 팀이 내한했다.
제라드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사·작곡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2001년 초연 당시 1년 내내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작품이다. 대표 넘버인 ‘세상의 왕들(Les rois du monde)’은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곡이다. 한국에선 총 세 차례 공연했다. 여기에 ‘돈 주앙’을 추가해 프랑스 4대 뮤지컬로 분류하기도 한다. 피카소의 일대기를 다룬 ‘라 비앙 블루’(La vie en bleu),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알리바바’(Ali babA) 등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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