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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있는 30대 B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직접 거주할 예정이니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B씨는 “집주인이 직장 등의 문제로 인천에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와 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여당이 7월 임시 국회내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임대차 3법의 소급적용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점차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법제사법위원회는 아직 법안 심사조차 착수하지 못했다. 내달 4일 본회의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졸속 처리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2+2년’ 에 5% 상한률…세부내용은 미정
임대차 3법이란 통상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을 뜻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2+2년’과 ‘인상률 5%’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하지 않았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발의된 임대차 3법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19건에 달하지만 세부내용은 제각각이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대차 계약기간의 경우 ‘2+2’(윤후덕 민주당 의원)에 이어 ‘2+2+2’(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안까지 제시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안은 임대차 보장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아예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밖에도 △직전년도 물가상승률(심상정 의원) △직전 2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김상희 의원) △표준임대료(윤호중 의원) △기준금리+3%포인트(이원욱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추 장관은 상한률은 5%내에서 지자체가 조례 등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본회의 일주일 앞…집값 상승에 졸속 처리 우려
결국 법안이 구체화 되기 위해서는 국회 내 논의과정이 필수다. 그럼에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법안을 심사해야 하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사위는 소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전날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소위원회 구성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여야 간사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처리하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이 법안 처리를 예고한 본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 왔지만 아직 법안 심사 착수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법 시행 전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법에 따라 이미 계약 만료 6개월에서 2개월 전까지 세입자에게 갱신거절을 한 경우도 기존 계약이 유효한 상황에서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위해 세를 놓은 집에 다시 들어 올 경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도 논란거리다. 실거주 입증 방법이나 실거주 여부를 검증하는 방법 등 보완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집주인의 위장 전입이나 이면 계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실거주를 사유로 한 갱신거절이 허위로 드러난 경우 임차인이 부담한 이주비 및 2년간 임대료 증가분의 합계의 3배를 배상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시장은 이미 법 시행을 선반영해 움직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0.13%) 대비 0.12% 오르며 56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가을 이사철이 도래하면 전세난은 한층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진지한 논의는 없이 법안만 경쟁적으로 발의해서 시장 불안을 부추겼고, 결국 법안 통과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라면서 “5% 상한률이 시장에 ‘5% 인상’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과 2+2기간 역시 임차인의 충분한 주거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