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재판장 설민수)는 고(高) 이모씨의 부인 최씨와 자녀 2명이 M화재보험사를 상대로 낸 총 4억 4000만원의 보험금지급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최씨와 두 자녀는 아버지 이씨의 법정상속인 자격으로 그가 맺은 보험계약의 수익자가 됐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6월 3일 오전 4시 40분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의 6층 외부 비상계단에서 떨어져 숨을 거뒀다. 이씨는 전날 오후 9시쯤 1층 식당에서 주인과 시비가 붙어 다음날 오전 1시 50분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다 다시 1층 식당을 찾아가 술을 마시고 6층에 올라갔다 계단에 머무르던 중 추락한 것이다.
당시 계단의 철제난간에 동그란 모양으로 묶인 노끈에서 이씨의 유전자(DNA)가 검출됐다. 이씨의 아내와 자녀는 수사기관에 ‘이씨가 형과 상속재산 처분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보험사는 그러나 재판부가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사고 전날 자녀와 통화에서 ‘충남 태안으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말한 것은 자살을 결심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보험사에 유리한 정황사실로는 이씨가 자살했거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보험사고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