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성규 회계학회장<下>"회계감사, 부대비용 아닌 투자"

"제도 작동되지 않을땐 당국도 새 제도 만들 수밖에"
"기업 인식 바뀌는 중…내외부 감사 제 역할 해야"
  • 등록 2017-06-28 오전 6:35:00

    수정 2017-06-28 오전 6:35:00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손성규 한국회계학회 회장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경영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28일 신촌에 있는 연세대 경영관 연구실에서 만난 손성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를 인터뷰 내내 한국회계학회장으로서 한국적 회계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회계 인프라 수준이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늘 꼴찌로 나오는데 대해 “회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결과는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다”며 우리 회계 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다고 항변했다. 또 내부감사의 자체적인 감독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들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업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회계 제도보다는 운영이 더 중요한 만큼 제도만 새롭게 자꾸 만들어 기업 부담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냐는 반론도 있다.

△물론 이해가 되는 지적이다. 그러나 제도를 아무리 정치하게 짠다고 해도 마음 먹고 이를 피해가려고 한다면 벗어날 길은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제도가 잘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인식 변화가 확고해질 때까지 감독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제도를 만드는 것 뿐이지 않나.

-그래도 국내 기업들의 회계감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한 듯하다.

△그렇다. 포스코나 KT처럼 먼저 치고 나가는 기업도 있고 각 금융지주사처럼 베스트 프랙티스라고 할 만큼 내부감사와 외부감사 제도를 잘 갖춰놓은 회사도 생기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내부 감사위원회에 외부 감사인 승인 권한을 부여한데 이어 최근에는 외부 감사인을 경영진 간섭없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까지 줬다. 외부 감사인 지정 때에도 수임료를 안본다고 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처럼 자발적으로 외부 감사인에 대한 수임료를 2배씩 올려주는 기업인도 생겨나고 있다.

-기업들이 회계감사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데.

△회계감사가 가지는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에는 김앤장처럼 큰 로펌을 더 비싼 돈을 주고 선임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90% 이상의 기업이 ‘적정’의견을 받는 회계감사시장에서는 ‘적정’의견만 받으면 되지 굳이 비싼 비용을 부담해야할 이유가 없다. 그게 바로 품질 차별화가 잘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회계감사에도 품질이 있는 만큼 기업들도 이를 부대비용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이런 공감대를 모두가 가질 필요가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우조선해양처럼 회계감사가 잘 안돼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통상 대우조선처럼 수주산업의 경우 예측을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긴 하다. 그러나 회계감사기관이 너무 적극적으로 회사 수주전망을 낙관하는 식으로 가는 건 분명 문제다. 너무 오랫동안 기업과 회계법인이 함께 일하다보니 유착관계가 생겨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감사인 강제교체제도가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이는 전문성의 문제이면서도 독립성의 문제일 수 있다.

-공인회계사회가 회계시험에 직업윤리 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하고자 한다는데.

△글쎄. 윤리는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서 배우는 것 아닌가. 논란이 있을 수 있겠다. 직업윤리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지만 시험이나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 회계수준이 전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꼴찌라는 조사 결과가 매년 나오는데.

△한국경제가 15위 대국인데 그 회계 인프라 수준이 전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라는 건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다. 회계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더 그렇다. 우리 회계제도가 그렇게 부실하지 않고 회계사 수준도 우수하다.

-그렇더라도 우리 회계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일은 필요해 보이는데.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기업을 감시하고 점검하는 일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야만 회계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기업체 감사위원회 멤버를 맡고 있지만 특히 외부감사보다 내부감사가 더 중요한 만큼 그런 점에서 회사 내부에서 감독기능을 하는 감사위원회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공부하고 점검하고 질문하는 일을 제대로 맡아야 한다. 외부감사에 비해 회사 내부정보에 더 가까운 감사위원회에 회계를 잘 아는 전문가가 포함되고 이들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내부를 스스로 점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회계법인들 가운데 가장 먼저 삼정KPMG가 감사위원회 지원센터를 만들었고 다른 대형사들도 이를 만들고 있다. 감사위원회 멤버들 자체가 이제 변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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